[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2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며 잠깐 멈춤 동작을 취했다. 지난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운 뒤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새였다. 시장은 오는 12일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어떤 정책 경로에 들어서게 될 지 가늠할 수 있는 단서를 찾으려 애썼다.
범유럽 지수인 STOXX600 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0.11포인트(0.02%) 내린 524.94로 장을 마쳤다. 이 지수는 지난주 3개월 반 만에 전고점을 돌파한 뒤 이날 거의 미동이 없는 수준의 약보합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23.93포인트(0.13%) 오른 1만8930.85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15.47포인트(0.20%) 상승한 7646.42로 장을 마쳤다. 반면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는 12.79포인트(0.15%) 떨어진 8363.84에 마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52.07(0.15%) 하락한 3만4320.60에,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35 지수도 6.60(0.06%) 내린 1만1395.30으로 장을 마쳤다.
파리 증권거래소[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유럽 시장에서는 ECB 정책입안자들이 유럽의 성장 전망에 대해 점점 더 상충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로이터 통신은 ECB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ECB 정책위원은 유럽 지역의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다른 일부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증시는 1일 옛 동독 지역의 2개 주(주)에서 실시된 지방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둔 상황에서도 소폭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독일 증시는 이날 사상 최고치를 다시 한번 경신했다.
AfD는 튀링겐주에서 32.8%를 득표해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23.6%)을 큰 격차로 따돌리며 1위에 올랐고, 작센주에서도 30.6%를 얻어 기독민주당(31.9%)에 이어 간발의 차로 2위를 기록했다.
좌파 포퓰리즘 정당인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도 튀링겐에서 15.8%, 작센에서 11.8%를 얻어 두 곳 모두에서 상당한 지분을 갖는 3위를 차지했다.
SEB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메모를 통해 "(이번 주의회 선거는) 내년 9월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아주 커다랗게 울리는 정치적 경종"이라며 "유럽연합(EU)을 이끄는 쌍두마차, 즉 독일과 프랑스가 정치적 불안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EU 전체에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8월 제조업 활동은 올 들어 가장 빠른 속도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여전히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독일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2.4를 기록해 지난 7월 43.2에서 더욱 쪼그라든 모습을 보였다. 예비치(42.1)보다는 높았지만 여전히 성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선 50을 밑돌았다.
프랑스의 제조업 PMI도 7월 44.0에서 8월 43.9로 약간 하락했다. 독일 함부르크상업은행(HCOB)의 이코노미스트 노만 리브케는 "프랑스 제조업 부문의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면서 "올해 초 산업 부문이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는 잠깐의 상승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섹터 중에선 금리 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동산 섹터가 1.8% 올라 지난 2023년 2월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유럽 부동산 기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력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영국 온라인 부동산포털 업체인 라이트무브는 뉴스코퍼레이션이 대주주로 있는 부동산 광고회사 REA그룹이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후 27% 급등했다.
반면 항공우주 및 방산 섹터는 2개월 만에 최악인 2.4% 하락을 기록했다. 에어버스 A350 여객기의 유일한 엔진 공급 업체인 영국 롤스로이스가 6.5% 폭락한 데 따른 것이다. 롤스로이스는 홍콩의 캐세이퍼시픽항공이 A350 엔진에서 일부 부품 고장을 확인한 뒤 전체 A350 항공기 엔진에 대한 점검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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