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내가 현장에 있었더라도 똑같이 됐을까 봐 착잡하다."
부천 화재 참사 현장을 다녀온 후 소방관 지인과 나눈 이야기다. 지난달 22일 저녁,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 객실에서 불이 나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인은 이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송현도 사회부 기자 |
올여름 들어 화재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화재,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등 잇따른 화재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안전 규제의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부천 화재에서는 대부분의 사망자가 좁은 복도를 타고 빠르게 퍼진 유독가스 때문에 대피하지 못했다. 특히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점이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전반적인 화재 예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오래된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이 인명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스프링클러는 2017년부터 6층 이상 모든 건물에 의무적으로 설치되어야 하지만, 법 시행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부천 호텔 역시 이 법의 소급 적용을 받지 않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이 문제는 다른 화재 현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올해 1월 설 연휴 막바지에 32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때도,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라는 이유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6월에 발생한 강남 역삼동 아파트 화재도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관련 규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모든 안전 규정은 피로 쓰였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희생을 담보로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소방관 지인처럼 마음이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결국에는 선제적인 화재 예방 규정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소방당국을 비롯한 관련 부처가 이러한 약속을 이행해야 더는 희생된 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규칙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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