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핌] 양진영 기자 = 일본의 장르영화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1997년 '큐어'로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구로사와 감독은 여전히 한 가지로 설명되지 않는, 다양한 장르와 소재, 색깔을 선보이는 감독이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후, 3일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 상영된 '클라우드' '뱀의 길'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외 취재진과 만났다. 구로사와 감독은 "한국은 여러 차례 왔었지만 아시아 최고의 영화의 도시에 다시 오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40년 이상 지금 영화 제작하는 일을 지금 하고 있는데 솔직히 일본에서, 여러분에게도 베테랑이란 이야기는 많이 듣고 있다. 그래도 아직 영화가 끝나고 다음에 어떤 영화를 찍지 생각하고 고민할 정도로 나의 테마, 스타일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끝날 땐 뭘 해야하지 고민이 끊이지 않고 어떤 의미에선 난 좀 이상한 감독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여러분의 인식과는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
올해 69세가 된 구로사와 감독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를 고스란히 영화계에 몸 담아온, 부정할 수 없는 베테랑이다. 1997년작 '큐어'로 주목받은 뒤 '도쿄 소나타(2008)'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 '해안가로의 여행(2014)/로 동 부문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스파이의 아내(2020)'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도 받았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선 대표작인 '뱀의 길'을 프랑스 영화로 리메이크한 작품과 '클라우드' 두 편을 선보인다.
"한편은 프랑스 작품이다. 한편은 일본 작품인데 두 영화가 전형적인 장르 영화고 어떤 의미에선 B급 영화다. 두 편을 한 해에 이렇게 촬영하는 제 나이의 감독이 있을까 생각하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좀 다른 감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프랑스 영화로 리메이크 한 '뱀의 길'은 작년 봄에 현지에서 찍었다. 내일 정식 상영이 되는데 15년 전에 일본에서 찍었던 저예산 야쿠자 영화였다. 이번에 셀프 리메이크라는 형태로 지금 프랑스에서 작업을 할 굉장히 좀 특이한 작업을 한 작품이다."
부산에 이미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구로사와 감독에게 이번 방문이 특별한 건 특별한 상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구로사와 감독은 "레드카펫에서부터 개막식 파티까지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일본에서 1시간 30분 떨어진 부산의 활력에 감탄했다.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해 '클라우드' '뱀의 길' 기자회견에 참석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
"덕분에 부산에는 여러 번 왔지만 유난히 특별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까 말씀하셨듯이 이제 올해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하면서 굉장히 명예로운 상을 받게 됐다. 어제 정말 화려하고 훌륭한 오프닝 세레모니에 참가했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굉장히 화려하고 훌륭한 자리에 선 것은 처음이다. 그렇게 긴 레드카펫도 처음이었다. 영화제에 제 작품이 두 편이나 상영되는 것도 제 평생에 처음이다. 개막식 후 파티엔 다양한 국가들에서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와주셨는데 여기가 세계 영화의 축소판이 바로 이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이 알려진 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한국의 거장 봉준호 감독이 영상을 통해 구로사와 감독의 광팬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이 영상이 언급되자 구로사와 감독은 연신 웃음을 띠며 영광이라는 반응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다양한 주제와 장르에 도전하면서 '장르 영화의 대가'라고 불리는 그의 작업 성취에 대해서도 40년간 영화를 만들어 온 '장인'으로서 그 이유를 답했다.
"정말 감격했다. 사실은 봉준호 감독님과는 몇 번 만나서 감독님한테는 한국에 있는 나의 친구 한 명이라는 감각이었다. 하지만 봉 감독님이 너무 유명해지시고 세계적으로 거장으로 인정을 받게 되면서 제게는 이제 손이 닿지 않는 그룹의 사람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근데 어제 봉 감독님이 내 작품을 좋아한다고, 작품명까지 언급하며 얘기해주셔서 아직 나를 친구로 생각해주고 있구나 싶어 굉장히 기뻤다. 저는 오로지 영화를 통해서만 표현 가능한 순간이 있고, 그게 스크린에 나오면 다들 눈을 다른 데 두지 못하고 스크린을 못 박힌 듯이 쳐다봐야 되는, 영화가 끝났을 때 그 장면을 다시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굉장히 익사이팅한 순간이다.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바로 장르영화라고 생각되고 그래서 장르영화를 계속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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