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앞둔 선수에게 뒷돈 2억원 요구
후원업체 광고 체결 대가 뒷돈 수수
"도덕적 지탄..형사법적 죄는 성립X"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후원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프로야구 기아타이거즈의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4일 배임수재등 혐의로 기소된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사업가 A씨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구단 후원사에게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장정석 전 KIA 타이거스 단장(왼쪽)과 김종국 KIA 타이거스 감독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01.30 choipix16@newspim.com |
앞서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지난 2022년 10월 사업가 A씨로부터 야구장 펜스에 홈런존을 신설하는 등 광고 계약 관련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감독은 2022년 7월 A씨로부터 선수 유니폼 견장 광고 계약과 관련한 편의 제공 등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들에게 청탁을 한 혐의를 받는 A씨는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아타이거즈는 2021년 시즌 종료와 함께 선수 유니폼 우측 견장 광고 계약이 종료됐고, 새 광고주 물색에 실패한 채 2022년 시즌이 시작됐다"며 "그런데 이 사건 당시 A씨가 피고인 김종국에게 광고 계약 관련 청탁을 한 것이 아니고, 피고인 김종국의 부탁을 받은 A씨가 광고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이를 배임수재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기아타이거즈의 오랜 팬인 A씨는 이전에도 선수단이나 관중들에게 수억원 상당의 커피 세트 등 선물을 여러 차례 나눠준 적이 있는 점, 피고인들에게 1억원을 교부한 장소는 원정팀 감독실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장소에서 수표로 돈을 주고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돈을 수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장 전 단장은 배임수재미수 혐의로도 기소됐는데 재판부는 이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 전 단장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앞둔 박동원 선수(현 LG트윈스 소속)에게 2022년 5~8월 사이 최소 12억원의 FA계약을 받게 해줄 테니 그 대가로 2억원을 달라고 세 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박동원 선수가 이를 거절해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과의 향후 FA계약 관련 논의가 KBO의 탬퍼링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긴 하나 근본적으로 KBO는 사단법인에 불과하므로 그 역시 사법인 내부의 규율을 정한 문서에 불과하다"며 KBO규약을 근거로 계약 협상 금지 기간에 구단과 선수가 계약 협상을 진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부정한 청탁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을 KBO규약에 따라 내부적으로 징계하는 것을 넘어 형사법적으로 배임수재미수죄로 의율해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나 형벌법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뭐 하나 잘한 게 없다. 연봉협상을 담당하는 단장으로서 기아타이거즈를 위해 일한다는 임무에 반해 뒷돈을 챙기려고 했다"면서도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상황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곧 형사법적으로 죄가 성립된다는 것과 직결되진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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