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전자에 검사장비 납품하다 대거 이직
"경영난으로 범행…산업스파이와 다른 점 고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휴대전화용 카메라모듈 검사장비를 납품하는 국내 업체에 근무하다 중국 업체로 이직하기 위해 핵심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임직원들이 1심에서 모두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사 이사 출신 B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엔지니어 6명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또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카메라모듈 검사장비 제조업체인 A사는 이미지 그래버보드(이미지 센서로부터 받은 디지털 신호를 디지털 영상신호로 바꿔주는 부품) 관련 기술을 개발해 애플·삼성전자 등에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검사장비를 납품해 왔다.
A사는 2022년 경영난을 겪게 됐고 B씨는 중국 업체로 이직하기 위해 핵심 엔지니어 6명을 설득해 함께 퇴사한 뒤 중국 업체가 국내에 설립한 자회사로 이직했다.
이들은 A사의 영업비밀인 그래버 관련 기술 등을 무단으로 반출한 뒤 중국 업체의 제품 개발에 활용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A사가 그래버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을 위해 투입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헛되게 할 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의 건전한 경쟁과 거래질서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종국에는 중국을 이롭게 해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며 "피고인들의 죄질이 결코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A사의 심각한 재정 및 경영 악화로 인해 애플과의 비즈니스가 종료되는 등 위기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자신들이 보유하던 노하우와 경력을 사장시키지 않고 경제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저지른 범죄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참작할 바가 있다"며 "이른바 '산업 스파이'를 통한 정보 수집·유출과는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제품 개발이 완료되지 못한 채 중단된 점, 이 사건 영업비밀의 실제 가치, 중국 업체가 얻은 이익이나 A사가 입은 손해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사가 보유한 그래버 관련 기술이 산업기술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