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반환율, 작년 10월 73.8%→올해 6월 44.5%
2002년 첫 도입·2008년 폐지…정책 혼선에 악영향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정부가 최근 2년 동안 일회용컵 보증금제 정책을 놓고 번복과 후퇴를 거듭하면서 국민들의 참여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적립하는 국민들의 참여도 역시 떨어졌다. 정부 정책 후퇴가 다수 국민들의 참여도에도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소비자가 카페 등에서 음료 포장을 위해 일회용컵을 사용하면 보증금(현재 300원)을 부담하게 하고, 해당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 거듭된 정책 후퇴에 국민 참여도 하락세…환경정책 효과 악순환
컵 보증금제의 근본적인 목표는 일회용컵 감량이다. 과거 중국이 폐비닐 등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자 국내 폐기물업체는 가격 하락을 이유로 재활용품 수거를 회피했고, 2018년 4월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환경부는 이로부터 한달 뒤 유사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컵 보증금제 시행 내용을 담은 재활용법 개정안은 2020년 6월 개정됐다. 개정안에 따라 컵보증금제는 2022년 6월부터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며 소상공인 부담 완화 취지로 시행 시점을 미루고 사업 지역은 줄였다. 결국 보증금제는 6개월 유예해 같은 해 12월 세종과 제주에서만 축소 시범 운영되기 시작했다.
약 2년이 지난 지금도 세종과 제주에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환경부가 전국 의무시행을 철회한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2023년 9월 12일 나오고, 같은 해 11월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일회용품 규제 완화 계획이 발표되면서 컵보증금제는 동력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브리핑 내용은 식당과 카페 등에 적용 예정이었던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결정 철회 및 카페 내 플라스틱 빨대·편의점 비닐봉지 사용 단속 무기한 유예였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환경부 관계자가 오는 6월 10일부터 시행되는 1회용 컵 보증금제도 공개 시연을 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시연회에서 1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후 소비자가 컵을 반납하고 자원순환보증금(300원)을 반환받는 과정을 홍보하고 점검했다. 2022.05.06 hwang@newspim.com |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자 시범사업 선도지역의 컵 반환율에 악영향이 갔다. 환경부에 따르면 월별 컵 반환율은 시행 첫달 2022년 12월 11.9%에서 2023년 10월 73.8%로 정점을 찍었지만 바로 다음 달인 2023년 11월부터 72.7%로 줄더니 2024년 6월 44.5%로 하락했다.
보증금제 매장 참여율은 2023년 7월 제주 96.6%, 세종 66.5%에 달했으나 1년 뒤인 2024년 7월 각각 53.3%, 37.9%로 떨어졌다.
정부의 의지 상실은 환경 고관여층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월별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지급 내역을 보면 컵 보증금제에 참여하고 포인트를 받은 사람은 2023년 1월 3205명에서 지속 증가해 같은 해 9월 2만4046명으로 7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컵 보증금제 전국 의무시행 폐지가 공표되고 일회용품 규제 완화 계획이 나오면서 2023년 11월 참여자 수는 2만6027명으로 감소했고, 12월 1만5664명, 2024년 4월에는 1만2918명까지 감소했다.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카본페이)는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거나 종이 영수증 대신 전자 영수증을 발급받는 등 친환경 행동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하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 2002년 첫 도입 후 이명박 정부서 폐지…'광화문 에코존' 시범사업 핵심은 각인 방식
최근 지속된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부침은 처음이 아니다. 컵 보증금제는 과거에도 보수정권이 들어서자 한차례 폐지를 겪었다.
컵 보증금제의 최초 도입 시점은 2002년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3월 낮은 회수율 등을 이유로 폐기됐다. 이에 앞서 2007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는 대선 공약으로 "시행 여부를 업체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컵 보증금제는 매장의 자발적 협약으로 이뤄져 법적 근거가 부재했고 컵 구매 매장에서만 반납할 수 있어 번거로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미환불 보증금이 기업 홍보비로 활용돼 논란을 낳았다.
광화문 에코존 시범사업 [자료=환경부] 2024.10.20 sheep@newspim.com |
환경부는 현재 일회용컵 보증금제와는 다른 일회용컵 회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8월부터 12월까지 서울 광화문-숭례문 일대 '에코존'에서 시행되는 시범사업이다. 일회용컵 반납은 사업 참여 카페 42곳이나 버스정류장 30곳의 전용 회수함에서 가능하고, 참여자는 컵 반납 시 100원을 받는다.
에코존 시범사업은 매장 1곳당 회수량이 하루 10개 정도에 불과해 저조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회수량은 에코존 시범사업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광화문 에코존 사업은 컵에 라벨을 부착하지 않고 각인하는 방식으로 바꿨을 때도 제도 운영에 문제가 없는지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컵 보증금제에 활용되던 컵은 바코드 라벨(스티커)이 부착된 형태였다. 하지만 라벨 부착에 대한 부담이 제기됐기에, 에코존 사업에서는 반납 코드를 컵에 각인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홍 소장은 "기존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과정에서 지속 제기된 문제가 라벨 부착이다. 컵에 보증금 라벨을 붙이는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고 매우 번거롭다는 고충이 있었다"며 "(에코존 사업을 통해) 라벨 대신 각인 방식이 라벨 부착 방식 대비 비용 측면에서 경제적인지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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