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당정협의회서 입법과제로 제시
형법에 공중협박·공공장소 흉기소지죄 신설...관련 법안 발의
흉기난동 예고글·일본도 살인사건 발생으로 필요성 제기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흉기 난동 예고 글이나 공공장소에서 적법한 이유 외 흉기 소지를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 처벌 조항들의 형량이 약하고, 혐의 적용이 어렵다 보니 범죄 예방 효과가 떨어지고 경찰력 낭비 등 행정적 피해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와 여당은 전날인 29일 당정 협의회를 열고 국민 안전 등 5대 분야 입법 과제를 지정했다. 입법 과제에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내용으로 협박한 사람을 처벌하는 공중 협박죄,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소지한 사람을 처벌하는 공공장소 흉기 소지죄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관련 법안은 이미 지난 2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공중 협박죄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고, 공공장소 흉기 소지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이 내려지도록 했다.
공중 협박죄는 지난해 신림역과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고, 온라인에서 살인 예고 글이 올라오면서 범죄 예방을 위한 엄벌 필요성이 제기되며 조항 신설이 논의됐다.
[성남=뉴스핌] 정종일 기자 = 경기도 성남시 야탑역 흉기난동 예고일인 지난 9월 23일 오후 야탑역사내 경찰기동대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2024.09.23 observer0021@newspim.com |
지난해 8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공중 협박죄를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해당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최근에도 살인 예고 글들이 온라인에 올라오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순찰을 강화했고, 최근 피의자가 자수해 혐의를 확인하고 있다.
같은 달 23일에도 경기도 성남시 야탑역에서 흉기 난동 예고 글이 올라와 경찰 특공대 등이 투입되는 등 순찰을 강화하기도 했다.
공공장소에서 흉기 소지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등산로에서 최윤종이 피해자를 너클을 낀 주먹으로 30대 여성을 성폭행한 후 숨지게 한 사건으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7월에는 서울 은평구 아파트에서 30대 남성 백 모 씨가 일본도로 이웃 주민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현행법상으로 혐의를 적용하거나 강력한 처벌을 하는 데 있어 일부 한계점이 있는 만큼 형법에 조항 신설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흉기 난동 예고 글을 올린 피의자에게는 협박죄, 살인 예비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을 적용한다. 협박죄나 살인 예비죄는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혐의가 적용되는 부분이 있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흉기 난동 글에 혐의를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반면 공중 협박죄는 대상이 공중으로 확대되는 만큼 살인 예고 글 등에 대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흉기 소지는 총포화약법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총포화약법상 흉기나 도검 등으로 구분되지 않고 일상에서 쓰이는 물건이나 범행 도구로 쓰일 수 있는 물건은 폭력행위처벌법이나 경범죄처벌법에 근거해 처벌한다.
다만 폭력행위처벌법은 단순 휴대로 처벌할 수 있는 범위가 협소해 주로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하는데 1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그치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공공장소에서 흉기 소지를 공공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보고 강하게 규제하는 편이다. 미국 뉴욕주는 흉기, 도검뿐 아니라 금속 너클, 플라스틱 너클까지도 소지에 제한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최대 1년 미만 징역형 또는 1000달러(약 14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영국은 합법적 권한이나 이유 없이 공격용 무기를 공공장소에서 소지하면 중범죄를 다루는 형사법원에서 4년 이하 징역형 또는 100파운드(약 18만원) 이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공질서를 어지럽히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 난동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등 규제가 필요하다"며 "공무집행방해로 경찰력이나 예산이 낭비되는 만큼 시민들이 치안 서비스 등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력 낭비로 시민 피해 등이 야기되는 데 비해 혐의 적용에서 한계점도 있고, 적용되더라도 처벌이 약한 부분도 있다"며 "범인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이 들도록 조항을 신설하거나 형량을 강화하는 부분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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