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일부 피해자 불특정 이유로 공소기각"
2심 "범행의 특수성상 불가피한 경우 인정"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림역 살인예고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의 항소심 재판부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기각한 원심 판단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엄철 이훈재 양지정 부장판사)는 10일 위계공무집행방해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앞서 박씨는 지난해 7월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대림역에서 특정지역 출신 사람을 살해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해 112 신고를 받은 경찰관 9명이 현장에 출동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해당 글에 '대림동에서 칼춤 추겠다', '지금 출발한다'는 내용과 함께 대림역을 목적지로 설정한 내비게이션 화면과 흉기 사진을 첨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경찰은 인터넷주소(IP) 추적을 통해 박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같은 해 8월 10일 박씨를 주거지인 인천에서 체포했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 DB] |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된 것을 인식한 상태에서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의) 조선과 유사한 범행을 실행하겠다며 구체적 지역과 대략적 범행 시간까지 특정해 글을 올렸는데 이를 열람한 시민이 신고해 경찰력이 투입될 수 있음은 일반인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 별다른 죄의식 없이 온라인에 살인예고글을 올렸다"며 "성인으로서 글의 내용과 파급력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생각했어야 한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박씨가 쓴 살인예고글을 열람한 사람들 중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은 자들과 대림역 인근 상인들 및 주민들에 대한 협박 부분은 명시적 의사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피해자가 특정되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협박 피해자가 반드시 성명 등 인적사항까지 확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특정한 장소에 모인 사람들과 같이 최소한의 기준을 통해 피해자의 범위가 확정될 수 있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검사는 게시물 내용을 지득한 자들을 상대로 한 협박죄의 공소사실을 구성함에 있어 이 사건 범행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특수성을 고려해 다소 추상적으로 피해자를 기재했으나 그러한 기재는 범행의 특수성상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특정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이 올린 게시글에 따른 협박행위라는 법원의 심판과 죄의 성부를 다투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의 대상을 명확히 함에 어떠한 모자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당 공소사실에 대해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위법하다"며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