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자기자본비율 20%대로 높여 자본력 확대 유도
용적률, 공공기여 완화 등 제공해 사업성 개선 지원
건설사 신용보강으로 짜인 PF사업 구조도 개선 기대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제도개선 대책을 내놓으면서 건설업계가 건전성 개선이 이뤄질지 기대하고 있다.
즉 소규모 자기자본을 토대로 금융권 대출과 대형 건설사인 시공사 보증을 얻어 일확천금을 노리는 부동산 개발업자 '디벨로퍼'를 제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들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부동산PF시장도 정화될 것으로 국토교통부는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건설업계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을 전망이다.
PF 사업은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책임준공, 채무인수 등 신용보강을 제공해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시행사의 자금력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금융사가 대출금 회수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건설사들이 떠안는 사업 리스크가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공개한 PF 개선대책이 현실화하면 PF 사업에서 건설사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PF 개선대책은 현재 5% 안팎에 불과한 사업자의 자기자본비율을 2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지금은 국내 PF 사업에서 1000억원짜리 사업이 진행되면 시행사의 보유 지분이 50억원에 그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과도한 고금리 대출(브릿지대출)이 이뤄지고 건설사·신탁사 보증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 현물출자 유도, 용적률 인센티브 등 혜택을 제공해 디벨로퍼의 투자비용을 늘려나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남의 돈으로 사업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영세 디벨로퍼를 제어하는 게 이번 대책의 복안이다.
건설현장에서 크레인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윤창빈 기자] |
부동산 PF 사업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자기자본비율 확대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30%를 상회하는 미국과 일본 등 타국과 비교해도 과도하게 낮은 수준이다. 결국 시행사가 자본력을 높이고 정부는 개발 혜택을 제공해 PF 사업이 선진국형 모델로 변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PF 사업은 대부분 영세한 디벨로퍼가 진행하다 보니 책임준공, 채무인수을 제공해야 하는 건설사의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이 20% 수준까지 확대되면 신용보강 비중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여 부실 사업장을 건설사가 떠안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고금리 브릿지론을 활용한 PF 사업은 주택경기가 호황일 때는 사업 진행에 큰 문제가 없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부실화, 사업 지연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며 "시행사 부실은 건설사, 금융사 등으로 리스크 확산되기 때문에 자기자본비율 상향을 제도적으로 규제할 필요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공사 귀책이 아니어도 책임준공 의무를 져야하는 구조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PF사업에서 시공사의 발목을 잡았던 책임준공 문제도 개선될 전망이다. 도급계약과 달리 PF 대출계약과 신탁계약은 책임준공 연장이 사실상 불가하다. 전쟁·천재지변 외에는 어떤 사유에도 준공기한 연장이 허용되지 않는다. 공기 지연의 사유를 떠나 책임준공 의무가 시공사에 돌아가는 구조다. 미분양 위험 등도 시공사 및 신탁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책임준공 개선 TF'를 만들어 내년 1분기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제도 개선뿐 아니라 부동산 디벨로퍼에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면 용적률, 공공기여 완화 등 도시규제 특례를 적용한다. 개발 면적을 확대해 사업성을 높여주겠다는 취지다. 최대 PF 보증금의 1.2% 정도 적용하는 PF 보증료 비용도 할인한다.
다만 PF제도 개선의 속도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번 대책이 제도화되기 까지는 3~6개월이 더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책의 정책 방향은 긍정적이나 추진 과제 등이 대부분 내년 법 개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동산 PF 선진화 효과는 2025년보다 2026년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자본과 설계·MD·분양 및 임대·운영 노하우까지 두루 갖춘 규모가 있는 디벨로퍼와 영세 디벨로퍼 간 양극화가 더 심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