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부문 대형사 쏠림,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 등으로 위기
'후발주자' 토스증권은 해외주식 거래대금 1위로 '우뚝'
중소형사 생존 전략 필요..."중장기 사업 기반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중소형 증권사들이 위기다. 부동산 금융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기업금융(IB) 부문의 대형 증권사 시장잠식 가속화,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에 따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급감 등으로 낙제점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다.
'위기'가 거론되는 이유는 이를 대체할 중장기적인 사업 기반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후발주자인 토스증권이 해외주식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년 대비 8배 성장한 실적을 발표하자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후발주자인 토스증권에까지 밀린다',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이게 현실인가"라는 탄식을 내뱉었다.
◆ 중소형 증권사 실적 부진...대형 증권사들은 줄줄이 '1조 클럽'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올해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유안타증권은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82억원으로 전년 동기(346억원)대비 4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증권은 145억원, 한양증권 106억원, 한화투자증권 56억원, 다올투자증권 24억원 등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iM증권과 BNK투자증권, SK증권은 각각 513억과 44억원, 1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교보증권(804억원)과 IBK투자증권(303억원)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전반의 위기는 아니다. 대형 증권사들은 올해 운용손익 증가와 해외 주식 관련 수탁 수수료 수익 증가, IB 부문 수수료 등으로 3분기 누적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은 누적영업이익이 각각 1조1587억원, 9949억원, 9180억원, 9145억원으로 '1조 클럽(연간 영업이익 1조원 이상)'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후발주자인 토스증권이 3분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8배 상승한 296억원을 발표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졌다. 토스증권은 지난달 해외주식 거래대금이 키움증권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고 알려졌다.
◆ "리테일 중심 중소형사, 4분기 실적 더 심각할 것"
현재 중소형 증권사들이 실적 부진을 겪는 핵심 원인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적립이 꼽힌다. iM증권과 SK증권, BNK투자증권은 이로 인해 적자 전환하거나 손실폭이 확대됐다. 다올투자증권이 이번 분기 흑자 전환한 것 또한 부동산 PF 충당금이 줄어든 영향이다.
IB부문은 점차 대형사 쏠림이 심화되면서 고사 직전이다. 기업공개(IPO) 부문은 과거 규모가 큰 IPO는 대형사가, 작은 IPO는 중소형사가 맡는 분위기였지만 올해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IPO 0건인 곳도 수두룩하다.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감소 또한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4분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하반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상반기 일평균 거래대금(21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급격히 감소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의 부진, 매크로 의구심 확대,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불확실성 및 미국 대선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유동성이 빠르게 유출됐다"고 분석했다.
중소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리테일 중심 중소형사는 4분기 실적이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위기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토스증권과 같이 중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