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업자 정바울에 청탁·알선 명목 수수 혐의
"전형적 법조 브로커"…수수한 13억도 추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를 무마해 준다는 명목으로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동산 중개업자가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전 KH부동산디벨롭먼트 회장 이동규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13억3616만원의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이씨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백현동 개발 비리로 수사를 받던 정 회장으로부터 수사 무마에 대한 청탁·알선 명목으로 합계 13억3616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정 회장에게 '내가 잘 아는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과 검찰·경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 등을 통해 수사기관에 힘을 써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고 말하며 금품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업체 및 백현동 사업 시행사 자금 약 48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기소됐다.
1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며 이씨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13억3616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바울에게 노골적으로 다양한 명목들을 들어 1년이 넘는 기간 여러 차례에 걸쳐 거액을 수수하는 등 전형적인 '법조 브로커' 내지 '정치 브로커'의 행태를 보였다"고 했다.
이어 "정바울은 피고인이 정치권 또는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해 백현동 비리 사건을 무마하거나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기를 기대하며 고액을 건넸는바 이는 단순한 정바울의 금전적 손실을 넘어 수사기관의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이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해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피고인이 부정한 청탁에 나아갔는지는 불분명하나, 실제로 부정한 청탁에 나아가지 않았다고 해 그 위법성을 낮춰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정 회장에게 '수사를 무마시키기 위한 경비', '수사 중인 경찰 수사팀과 이후 검찰 쪽에 미리 힘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돈', '경찰 윗선에 로비를 하기 위해 필요한 로비 자금과 활동비',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에게 이야기 하기 위해 필요한 10억원 중 일부', '영장전담 판사와 엊그제도 골프를 친 사람에게 줄 현금' 등 명목으로 돈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측은 법무법인이나 자신이 운영하는 부동산 중개법인을 통해 정 회장에게 받은 돈 중 세금으로 납부하거나 비용으로 지출한 부분은 추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도 "일부 부가가치세로 납부하거나 비용으로 지출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는 수수한 금원의 지출 방법에 지나지 않아 추징 대상에서 공제할 수 없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이씨로부터 13억3616만원을 추징하라고 했다.
다만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지인과 가족이 선처를 원하고 있어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다소 무거워 부당하다"며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의 성립, 추징액 산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씨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정 회장 사건을 수임하면서 공무원 교제·청탁 명목으로 별도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고검장 출신 임정혁 변호사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다. 경찰 총경 출신의 곽정기 변호사는 입증 부족을 이유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현직 경찰관에게 사건 소개료를 건넨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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