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육아휴직제, 독박 유아 가능성…형평성도 안 맞아"
"근로자가 원하는 기간을 정해 육아휴직 가는 게 효율적"
부모 모두 1년간 육아휴직 사용시 총 7440만원+α 지원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고용노동부가 출산휴가 이후 곧바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자동육아휴직제' 도입 대신, 출산·육아휴직 통합 신청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우회했다. 자칫 엄마의 독박육아를 불러올 수 있는 데다, 자녀 육아에 있어 남녀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내년 1월부터 근로자가 출산휴가·배우자 출산휴가를 신청할 때 육아휴직도 통합해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육아휴직 신청 후 14일 내 사업주가 서면으로 허용 의사를 표시하도록 해 육아휴직 신청 근로자와 사업주 간 분쟁을 원천 차단했다.
◆ 저출산위·고용부, 자동육아휴직제 도입 백지화…"형평성 안 맞아"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함께 추진해 온 '자동육아휴직제' 도입 대신 출산·육아휴직 통합 신청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 가닥을 잡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여성의 경우 출산휴가에 이어 육아휴직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남성은 그냥 육아휴직을 쓰거나 여자가 육아휴직을 쓴 다음에 쓰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근데 육아휴직은 내가 시기와 기간을 정해서 써야 하는데, 애 낳았다고 남성들도 다 육아휴직을 쓰라고 하면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자칫하면 출산하는 여성한테만 자동육아휴직제가 적용되면 독박 육아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남녀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면서 "이러한 방식보다는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통보하고 기간을 정해 육아휴직을 가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생아 자료사진 [사진=뉴스핌 DB] |
고용부는 자동육아휴직제 도입을 백지화하는 대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통합해 신청하거나, 근로자의 육아휴직 신청 시 사업주가 허용하지 않아도 육아휴직이 자동 신청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시행령을 본격 추진한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근로자가 출산휴가 또는 배우자 출산휴가를 신청할 때 육아휴직도 통합해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조치는 출산 예정 근로자가 3개월 출산휴가 후 육아휴직을 또다시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막기 위해서다. 더욱이 육아휴직 신청 시 최소 몇 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임금·업무 공백이 발생함에 따라 육아휴직을 꺼리는 근로자들이 있었는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같이 신청하면서 육아휴직 사용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출산휴가·육아휴직 통합신청은 소규모 사업장의 육아휴직을 권장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용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5038곳 가운데 육아 휴직을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52.5%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종사자 수 5~9인은 47.8%, 10~29인은 50.8%, 30~99인은 71.9%, 100~299인은 88.4%, 300인 이상은 95.1%였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는 비율도 낮아진다.
이와 함께 육아휴직 신청 과정에서 근로자와 사업주간 발생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막기 위한 차원도 있다.
육아휴직은 법적 의무사항이기에 그동안은 근로자 육아휴직 신청 시 사업주의 동의가 없어도 육아휴직이 신청된 것으로 봤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근로자와 사업주 간 갈등이 종종 발생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고용부는 육아휴직을 신청한 후 14일 이내에 사업주가 서면으로 허용 의사를 표시하게 하고, 의사 표시가 없으면 신청한 대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예외 사유가 아니면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반드시 허용해야 하는데, 모호하게 말하거나 아니면 답을 아예 안 하거나 하는 사례가 발생해 문제였다"면서 "앞으로는 사업주가 응답을 안 하면 근로자가 신청한 그대로 허용을 한 걸로 간주를 해 명확히 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 육아휴직 대체인력지원금 1년간 2160만원 지급
고용부는 내년부터 출산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뿐 아니라 육아휴직 활용 시에도 대체인력지원금을 지원한다. 지원금도 월 8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인상된다.
만약 기업이 근로자의 육아휴직 1년을 허용하고, 대체인력 1명을 채용한 경우, 고용부 육아휴직 지원금 360만원에 대체인력지원금 1440만원에 지자체 지원금 최대 360만원을 합쳐 1년간 총 216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고용부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사업체에 대해 육아휴직제도 시행으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 1순위로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25.3%)'을 꼽았다. 이어 '인건비 등 노동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과 '대체인력을 찾는 어려움'이 각각 15.9%와 15.7%로 뒤를 이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의 대체인력지원금 지원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면서 "좀 더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통해 이 제도가 기업들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내년 2월 23일 '육아지원 3법' 시행으로 근로자가 받는 지원금도 대폭 늘어난다.
출산 후 부모가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고용부는 총 5920만원을 지급한다. 여기에 보건복지부가 첫만남 이용권 200만원, 부모급여 1200만원, 아동수당 12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지자체마다 다른 출산지원금까지 더하면 지원 액수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충북 일부 지자체의 경우 아이 출산 시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 경우 1년간 8000만원을 훌쩍 넘는 정부·지자체 지원금을 받아볼 수 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