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만에 완성한 사랑...너무나 허무하게 끝나
"오빠를 만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던 쉬시위안
마지막 지킨 것으로 알려진 구준엽 연락 두절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클론 출신 가수 구준엽(56)의 부인인 대만 배우 쉬시위안(48·徐熙媛)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가 재조명되고 있다. 두 사람은 2022년 결혼하여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그 당시 20여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다시 재회한 사연이 큰 화제가 됐다.
구준엽(DJ KOO)이 쉬시위안을 만난 것은 클론 시절인 1998년 대만에서 열린 한 파티에서였다. 구준엽은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대만 매니저가 '유명한 MC인데 너희(클론)를 좋아한다고 한다. 파티에 불러도 되겠느냐'고 해서 쉬시위안을 불러서 그때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구준엽은 "그날 함께 춤을 췄는데 싫지 않았다. 첫 만남부터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대만 1세대 한류 스타'였던 구준엽과 '대만의 하이틴 스타' 서희원은 금세 사랑에 빠져 공개 열애를 시작했다. 그러나 양국의 톱스타끼리의 사랑이 쉽지 않았다. 구준엽의 팬들이 도를 넘은 행동으로 두 사람의 연애를 비난했다. 또 두 사람의 소속사들도 탐탁지 않아했다. 이들의 연애가 인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은 1년 만에 결별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쉬시위안과 구준엽. [사진 = DJ KOO 사회관계망서비스 갈무리] 2025.02.04 oks34@newspim.com |
당시 두 사람의 결별을 두고 쉬시위안의 동생은 "개인적인 이야기라 많은 걸 말할 수 없지만, 언니와 구준엽은 가장 사랑하던 순간 헤어져야 했기에 서로에 대해 깊은 후회를 남겼다"라고 회상한 적이 있다. 구준엽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우리 때는 가수가 열애설이 나면 팬들도 떠나고 일을 못 했다. 그런 압박이 많았고, 주위에서도 내게 '너 이거 책임질 수 있느냐, 손해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런 것 때문에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후 쉬시위안은 2011년 중국인 사업가 왕샤오페이(汪小菲)와 결혼했다. 그러나 쉬시위안이 지난 2021년 왕샤오페이와 이혼하고, 이 소식을 접한 구준엽이 20여 년 만에 쉬시위안에게 전화했다. 구준엽은 2022년 결혼 발표 당시 "그녀의 이혼 소식을 듣고 20년 전 그 번호로 연락했다. 다행히 그 번호 그대로였다"면서 "이미 많이 지나간 시간을 더는 허비할 수 없어 내가 결혼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은 결혼반지 대신 손가락에 반지 모양의 문신을 새기고, 각자의 몸에 '리멤버 투게더 포에버'(Remember Together Forever)라는 문구를 새기기도 했다.
쉬시위안도 2022년 9월 '보그' 타이완판 인터뷰에서 구준엽과 결별했을 때 "너무 괴로웠고 연예계에서 은퇴하고 싶었다"면서 "내가 연예인이라 그와 자유롭게 사귈 수 없었기 때문에 배우가 너무 싫었다"고 고백했다. 그 당시 쉬시위안은 "죽기 전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오빠일 거라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쉬시위안은 "어릴 적부터 내 인생은 거의 매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사처럼 매일을 살았다"면서 "그러나 오빠를 만난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오빠와 결혼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복을 느꼈고, 가끔은 꿈을 꾸는 것 같은데 그의 민머리를 만지면 이게 현실이라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쉬시위안은 또 구준엽과 헤어졌을 때 썼던 번호를 '일부러'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 구준엽과 다시 만난 날 "서로 보자마자 끌어안고 30분간 울었다"고 밝혔다. 쉬시위안은 지난해 12월 21일 남편 구준엽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KBS '가요대축제'에 출연 영상에 "클론 포에버. DJ KOO 정말 멋지다"라고 써서 남편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쉬시위안은 배우이자 가수, 방송 진행자로 활동한 대만의 스타로 2001년 일본 만화 '꽃보다 남자'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산차이'를 맡으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지난 3일 일본 가족 여행 중 폐렴을 동반한 독감으로 사망했다. 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쉬시위안이 여행 기간 중 4차례나 병원을 찾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편 쉬시위안의 마지막을 지킨 구준엽은 지인들의 연락에도 답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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