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CXMT가 D램 시장에서 가격을 낮추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률을 잠식하고 있으며, 과거 한국이 메모리 부문에서 일본을 밀어낸 방식으로 한국 업체들을 밀어내고 있다고 매체는 평가했다.
중국의 DRAM 업체인 CXMT 본사 전경 [사진=CXMT] |
FT는 중국 컨설팅업체 첸잔의 자료를 인용해 2020년만 해도 제로(0)에 가까웠던 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5%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약 900억 달러(130조 원) 규모의 D램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이 독점하다시피 했으며, 2023년 이들 3개 업체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96%에 이르렀다.
하지만 CXMT이 D램 시장에서 가격을 낮추고 물량 공세를 펼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이익률을 잠식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두 회사는 저가 시장 비중을 줄이고 나섰고 매체는 설명했다.
정창원 노무라 아시아리서치 공동 대표는 FT와 인터뷰에서 "CXMT가 부상하며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저가 시장에서 중국 제품들과의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는 기술적 우위가 아니라 물량의 문제이며, 특히 삼성이 공급 과잉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타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2016년 CXMT가 설립될 당시만 해도 중국은 D램을 자체 생산할 능력이 없었으나 알리바바 등 중국 대기업과 정부 투자에 힘입어 2019년부터 당시 최신 D램이던 DDR4 칩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기준 최신인 DDR5 대량 생산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또한 CXMT는 DDR4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매월 20만 장으로 생산이 늘었는데, 노무라는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에서 15%에 이르는 규모라고 전했다.
리서치 업체인 테크인사이츠의 댄 허치슨 부회장은 CXMT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경쟁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중국 시장 비중이 크지만 빠른 성장세로 '눈덩이(snowball) 효과'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생산량이 늘고 수율도 높아진다"며 "이는 다시 비용은 낮아지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확히 1980~1990년대 메모리 부문에서 한국이 일본을 몰아낸 방식이며, 이제 비슷한 일이 한국에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또한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시스템에 중요한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도 진입했으며, 이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소식통은 CXMT가 중국에서 2세대 HBM인 HBM2 생산 능력을 갖춘 28만㎡ 규모 공장을 건설 중이라고 전했으나, CXMT는 FT 측의 인터뷰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CXMT의 HBM2의 생산 능력 확대가 삼성전자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허치슨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고가 제품 시장에서 SK하이닉스·마이크론, 저가 제품 시장에서 CXMT의 압박을 받는 넛크래커(nutcracker·호도 까는 기구)에 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