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대미 철강 수출은 전체의 5%, 알루미늄은 12%
철강·알루미늄 수출액 10억 달러 감소 예상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인도도 긴장하고 있다.
수출 길은 막히고 인도로 저가의 철강 공급이 몰리면서 현지 철강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 속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미국 방문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더 인디언 익스프레스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 무디스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경쟁을 심화시키고 다른 시장의 과잉 공급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지난 1년간 가격 하락과 수익 감소를 겪은 인도 철강 생산업체들은 수출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니컨트롤에 따르면, 인도의 대미 철강 수출은 전체의 5%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알루미늄의 경우 전체 수출량의 약 12%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머니컨트롤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정책으로 인도의 철강 및 알루미늄 수출이 약 10억 달러(약 1조 450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주요 철강 제조업체 중 하나인 시너지 스틸(Synergy Steels)의 아누바부 카투리아 상무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에도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고, 이는 광범위한 철강 제품에 영향을 미쳤다"며 "당시 중국산 철강이 미국에서 유럽연합(EU)으로 이동하자 EU가 수입을 제한하면서 인도의 대 EU 수출도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철강 덤핑으로 인해 인도 국내 철강 가격이 하락하면서 기업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인도수출기구연합회(FIEO)의 아자이 사하이 최고경영자(CEO)는 "인도의 대미 철강 수출량이 크지 않아 수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그러나 글로벌 철강 제조업체들이 대규모 시장인 미국을 잃은 뒤 과잉 생산된 철강을 인도 시장에 덤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카투리아 역시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중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의 수출품이 인도로 유입돼 경쟁이 심화하면서 국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며 "중국의 저렴한 덤핑으로 인해 인도의 소규모 생산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리스크에 앞서 인도 철강업계는 가격 하락 압박을 받고 있었다. 중국과 베트남의 값싼 철강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GMK Center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제2대 조강 생산국인 인도는 2023/24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철강 순수입국이 됐다. 이 기간 철강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38.1% 증가한 830만 톤(t)을 기록했으며, 4~5월 압연 강재 수입량은 전년 대비 19.8% 증가한 110만 톤(t)으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4/2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들어서는 첫 9개월 동안의 철강 완제품 수입이 6년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인도 당국은 현재 중국산 철강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 철강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12월 "인도 철강부가 중국산 철강제품에 '세이프가드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세이프가드 관세는 인도 상무부 산하 무역규제총국(DGTR)이 진행 중인 중국산 철강제품 수입에 따른 국내 피해 조사가 끝나는 대로 부과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보다 앞선 작년 9월, 인도 정부가 중국 및 베트남에서 수입되는 스테인리스 강관 및 튜브에 대해 향후 5년간 12~3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인도 증시의 철강 기업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인도 국영 철강업체인 인도철강공사(Steel Authority of India)가 4.67% 급락했고, 타타 스틸과 JSW 스틸·진달 스틸이 각각 3.11%, 2.20%, 0.72% 내렸다.
인도 뭄바이의 한 노동자가 철강관을 쌓고 있다. 2010.02.10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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