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살해로 사형 집행 45년 만에 재심 결정
"수사 관여 경찰 범죄 증명돼…재심사유 인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10·26' 사건으로 사형에 처해진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심이 열린다.
1980년 김 전 부장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지 45년 만, 유족의 재심 청구 이후 5년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는 19일 내란목적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장의 유족이 청구한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 |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obliviate12@newspim.com |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단 소속 수사관들이 피고인을 재심대상 사건으로 수사하면서 수일간 구타와 전기고문 등의 폭행과 가혹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는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피고인에 대해 폭행 및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형법 제125조의 폭행, 가혹행위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그 직무에 관한 죄가 이 사건의 실체관계와 관련이 있는지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고려할 사정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재심대상 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은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됐음에도 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돼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며 유족 측의 재심 청구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청와대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6개월 만인 이듬해 5월 사형에 처해졌다.
김 전 부장의 유족은 40년 만인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재심 개시 여부를 심리하기 위한 기일을 3차례 진행했다.
재심 청구인인 김 전 부장의 여동생 김정숙 씨는 지난해 4월 첫 심문기일에 출석해 "당시 신군부의 불법적인 개입으로 재판이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고 그걸 근거로 재심을 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재심을 통해 오빠 김재규 장군과 뜻을 같이한 다섯 분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간구한다"고 호소했다.
변호인도 "피고인이 박정희를 살해한 행위를 역사적 평가와 별개로 사법적 평가로 합당한 이름을 지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내란목적의 살인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부득이한 살인이었다는 것을 재심 청구를 통해 받아내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심문에서는 김 전 부장의 국선 변호인이었던 안동일 변호사도 출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안 변호사는 "1심 4차 공판기일 때 김재규의 국선변호인으로 지정되면서 처음 접견했다. 당시 얼굴이랑 목덜미에는 고문의 흔적이 남아있었고 전화선을 손가락에 감고 고문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저는 그런 고문방법이 있는지 그때 처음 들었다"고 증언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