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 황현규 로봇사업기획팀장 인터뷰
2018년 시작해 빠르게 기술 갖춘 배민 배달 로봇
위험한 곳·궃은 날씨는 배달 로봇이 라이더 대체
배차 시간 줄여 고객만족↑…최소주문금액 고민 해결도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로봇 배달을 통해 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최소 주문 금액 등도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립니다."
황현규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기획팀 팀장은 지난달 27일 뉴스핌 취재진을 만나 "배달플랫폼 시장을 지금보다 더 키우려면 고객들이 훨씬 더 가볍게 배달을 시킬 수 있어야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 |
황현규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기획팀 팀장.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
어느새 배달은 우리 일상에 자리잡았지만 라이더 수는 충분하지 않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18년부터 이런 고민을 시작했다. 한국 인구 구조상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노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수요는 늘어나지만 공급은 줄어드는 상황이 닥칠 것을 우려한 것이다.
황 팀장은 "당시 김봉진 대표가 이러한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배달로봇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구성원들도 이에 공감해 본격적으로 배달로봇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배달로봇이 라이더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우아한형제들 측은 로봇이 라이더의 배달 효율을 높이는 보완재 역할을 할 것이라 보고 있다. 예컨대 비나 눈이 오는 날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로봇이 대체 투입되어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주문 금액이 낮아 라이더가 기피하는 배달은 로봇이 담당해 고객과 라이더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팀장은 "로봇은 라이더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라이더를 배차받는 시간을 줄이면 고객도 빨리 배달을 받을 수 있고 라이더 분들도 그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실 수 있다"고 강조했다.
![]() |
배민의 배달 로봇 딜리.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
배민의 로봇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로봇을 따라다니며 장애물을 직접 인식하고 조치해야 했지만 현재는 도로와 이면도로까지도 자율 주행이 가능하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에도 배달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황 팀장은 "제설이 되지 않은 구간은 스노우타이어와 같은 장치를 통해 주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비나 눈이 오는 날 근무가 어려운 라이더를 대신해 로봇이 배달을 수행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정부의 규제도 점차 해소되고 있다. 현재는 국내 안전 인증을 받은 로봇에 한해 이면도로와 인도 주행이 가능하다. 다만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 아직 많은 로봇이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고객 반응은 긍정적이다. 로봇을 통해 라이더 배차 시간을 줄인 결과, 주문 후 배송까지 15~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황 팀장은 "재이용 의향을 조사하면 90% 이상이 다시 이용하겠다고 응답한다"며 "1만5000원 이상 주문 시 무료로 로봇 배달을 이용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고객이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대문 앞 배송'은 불가능하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사회적으로 로봇에 대한 수용성이 아직 낮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단지의 경우 입주자 대표회의를 통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사회적·법적 규제가 해결된다면 배민에선 로봇 배달 시대가 근 몇년 내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황 팀장은 "현재는 B마트만 운영중이지만 다른 커머스 푸드 쪽으로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