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권 '괴물 산불' 지속 확산…정치권 '산불 추경' 논의 부상
민주당, '조속 추경' 촉구…국민의힘 "삭감 예산부터 복구해야"
기재부 "산불 진화 아직인데 피해 복구 논하는 건 시기상조"
국정협의회 재가동 조짐…'尹 탄핵 선고 결과' 따라 격변 예상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경북권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괴물 산불'을 계기로 산불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가 정치권의 주 화두로 떠올랐다. 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산불 피해 규모를 먼저 추산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2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북권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대형 산불과 관련해 추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불에 대한 대책 마련과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추경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7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책임 있는 정부라면 먼저 나서서 추경안을 내놔야 할 것 아닌가"라며 "민주당이 2월에 발표한 자체 추경 제안에 포함된 9000억원의 국민 안전 예산에 소방 헬기 등 예산도 포함된 만큼, 추경 논의를 지금 시작하면 된다"고 발언했다.
그는 특히 기재부를 조준해 "여야 모두 조속한 추경을 정부에 요구했고, 산불 추경 필요성에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그런데도 기재부는 부처별 협의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계엄으로 민생이 어려운데 산불로 인한 피해도 커지고 있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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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 산불 진화 사진. [사진=산림청] |
이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이 삭감한 재난 예비비부터 먼저 복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산불 피해 대응이 어려워진 사실 자체가 민주당이 예비비를 삭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민주당은 올해 본예산에서 재난 대응 예비비 2조4000억원을 감액한 바 있다.
같은 날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올해 본예산에서 일방적으로 예비비를 삭감한 것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난 예비비 추경 편성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며 "설사 이번 산불 피해에 대한 복구·지원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하절기 태풍·홍수 피해를 염두에 둔다면 재난 예비비 복구는 반드시 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처럼 여야 간 입장이 양극단을 달리는 가운데 예산 주무 부처인 기재부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기재부는 여야가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정부에 이달 말까지 추경 편성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으면 부처 간 혼선이 발생해 신속한 제출이 어려워진다"고 난색을 표한 바 있다.
기재부 예산 관계자는 산불 추경에 대해 "예산이 편성된다면 피해 복구에 투입되겠지만, 아직 산불로 인한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추산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추경은 국가재정법에 명시된 추경 요건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산불이 진화되지 않았는데 이로 인한 피해 복구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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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25.03.20 pangbin@newspim.com |
다만 산불로 인해 추경 논의 자체가 여야 간 협상 테이블 위에 오른 만큼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당은 재난 예비비를 먼저 복구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추경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오는 30일에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추경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와 여야는 지난달 20일 열린 1차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민생 지원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지원 ▲통상 지원 등 추경 편성을 위한 3대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아울러 국정협의회에 기재부가 포함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야당은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며 정부를 국정협의회에서 배제했다. 이후 정치적인 갈등이 이어지며 국정협의회는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산불 사태를 계기로 국정협의회가 재개되고 정부가 논의 주체로 포함될 경우, 추경 논의는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곧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추경 시점과 규모 등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심판 결과를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이 심화될 시 추경 논의는 다시 뒷전으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여야 간 공감대가 마련됐지만, 이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는 또 다른 문제"라며 "탄핵 인용·기각 여부에 따라 분위기가 급반전될 수도 있다. 우선 국정협의회에 정부를 포함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