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비야디 연쇄 방문...전장 협력 물꼬
글로벌 CEO들과 회동...중국 투자 메시지 공유
최대 매출처 중국 공략...삼성 미래 먹거리 모색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년 만에 중국을 찾으며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을 가동했다. 샤오미·비야디 등 전기차 기업 방문과 시진핑 국가주석 면담 등 일정을 소화하며 전장 사업 확대와 대중 관계 복원에 힘을 실었다.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첫 해외 출장으로, 전략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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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8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한 글로벌 CEO 면담을 마친 뒤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5.03.28 kji01@newspim.com |
◆ 이재용 회장, 2년 만에 중국 출장…샤오미·비야디 잇따라 방문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첫 해외 행선지로 중국을 선택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 행보에 나섰다.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처음으로 나선 해외 출장지로, 그만큼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반영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 2025'에 참석했다. 이 포럼은 중국 정부가 주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해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투자 유치를 모색하는 자리다. 포럼에는 팀 쿡 애플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등 80여 명의 글로벌 경영인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포럼 참석 하루 전인 22일, 베이징 인근에 있는 샤오미의 전기차 공장을 찾았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과 린빈 부회장이 직접 맞이했으며,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도 함께 자리해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중국 일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4일 선전으로 이동해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 본사를 방문했다. 왕촨푸 회장이 이 회장을 직접 맞이했으며, 업계에서는 전장 분야 협력 확대를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삼성전자에 있어 중요한 협력 기지다. 샤오미는 지난해 SU7 모델을 출시해 13만 대 이상을 판매했고, 올해 목표량을 35만 대로 설정하는 등 본격적인 전장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비야디는 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부문에서 샤오미와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지만, 전장 분야에서는 오히려 상호 보완적 협력이 가능한 파트너로 주목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전장 부품 시장에서는 경쟁자이자 고객인 샤오미와 협력을 강화해 '오월동주'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퀄컴과 차량용 OLED 공급 협약을 맺은 상태다. 퀄컴이 샤오미 전기차에 차량용 칩셋을 공급하고 있어, 삼성전자-퀄컴-샤오미로 이어지는 '삼각 협력 체계' 구축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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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초대해 '국제공상계 대표 회견'을 주최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앞줄 왼쪽부터)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폴 허드슨 사노피 CEO, 조르주 엘헤데리 HSBC CEO, 라지 수브라마니암 페덱스 CEO,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올라 켈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CEO, 왕이 중국 외교부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시 주석 뒷줄 오른쪽에 자리했다. [사진=로이터] 2025.3.28 |
◆ 시진핑 면담까지 성사…대중 관계 복원 및 사업 확대 신호
이번 출장의 절정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이다. 이 회장은 28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제공상계 대표 회견'에 참석해 시 주석과 만났다. 시 주석과의 만남은 지난 2015년 보아오포럼 이후 10년 만이다.
이 회장을 비롯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벤츠·BMW·블랙스톤·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 CEO들이 함께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차이치 중앙판공청 주임, 왕이 외교부장, 허리펑 부총리 등 고위 인사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외국 기업인들에게 중국은 이상적이고 안전한 투자처라고 강조하며, 중국 내 기업 활동에 법적 보호와 동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이 회장과 시 주석의 인연은 2005년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 시절 수원 삼성전자 사업장을 방문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이 회장은 보아오포럼 이사 등 역할을 통해 중국 핵심 인사들과의 관계를 다져왔다.
삼성전자가 중국에 집중하는 이유는 시장 규모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64조9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1%를 차지했다. 이는 국내(20조3000억원), 미주(61조4000억원), 유럽(29조1000억원)보다 많은 수치다. 중국은 현재 삼성전자 최대 매출처다.
삼성은 중국 시안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세트 제품 생산 법인, 연구개발 조직 등을 포함해 총 29개 법인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샤오미, 비야디 등 전장 협력 파트너 확보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장의 이번 출장은 항소심 무죄 판결에 이은 글로벌 경영 재개 신호탄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무죄 판결 직후 오픈AI 샘 올트먼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AI 회동'을 가진 데 이어, 한 달 만에 중국을 찾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방중은 중국이라는 핵심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인 전장 사업을 직접 챙기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며 "앞으로 북미, 유럽, 베트남, 중동 등 다양한 지역으로 출장 행보를 넓혀 글로벌 공급망과 협력 네트워크를 재정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