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원 판결에 신창재 회장, 협상 우위 주목
IMM "분쟁 핵심은 계약 위반"… 항소로 맞대응
또 다른 변수 교보생명 지주 전환...협상 속도 기대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사모펀드 간의 풋옵션 분쟁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국내 법원이 국제중재판정부(ICC)가 신 회장에게 부과한 이행강제금 결정을 무효로 판단하면서다.
법적 압박이 해소되자 신 회장 측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투자금 회수 지연 시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판결에 즉각 항소하고, 절차 진행을 요구하고 있다. 교보생명도 연내 금융지주 전환을 준비 중인 만큼 협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4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신 회장이 제기한 '이행강제금 부과 권한심사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ICC가 부과한 하루 20만 달러(약 3억원) 규모의 이행강제금에 대해 신 회장 측이 국내에서 부담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 |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신창재 교보생명 의장 [사진=교보생명] 2024.01.02 ace@newspim.com |
앞서 ICC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12월 신 회장 측이 30일 이내 감정평가기관을 지정하고 풋옵션 주식 가치 평가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이번 법원 결정으로 신 회장 측은 시간 압박없이 감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업계는 이 판결이 향후 협상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넘긴 분쟁, 일부 FI는 정리…IMM·EQT 남아
신 회장과 사모펀드 간 갈등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며, 2015년 9월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IPO가 무산되며 2018년 어피니티 측이 주당 41만 원에 풋옵션을 행사했고, 신 회장은 과도한 가격이라며 거부하면서 국제 중재로 번졌다.
이후 지난달 어피니티(9.05%)와 GIC(4.5%)는 각각 주당 23만4000원에 분쟁을 정리했다. 어피니티 지분은 일본계 SBI그룹이, GIC 지분은 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의 SPC가 매입했지만, 실질적 인수 주체는 신 회장 측으로 알려졌다.
두 FI의 매각가는 투자 원금(주당 24만5000원)보다 낮지만, 최근 낮아진 기업가치와 13년간의 배당 수익 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남은 IMM·EQT와 협상 가능성 주목
현재 남은 FI는 IMM PE와 EQT다. 업계는 어피니티·GIC와의 분쟁 종료, 법원 판결 등을 고려할 때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
교보생명 광화문 사옥 [사진=교보생명] |
IMM PE는 판결 직후 항소를 결정하고 "이번 법원 결정은 ICC 중재판정의 핵심인 신 회장의 주주 간 계약 위반 및 풋옵션 절차 이행 의무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집행을 승인한 것"이라며 "이번 분쟁에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고, 향후 신속한 풋옵션 절차 진행과 집행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 회장 측도 연내 교보생명 지주 전환을 추진 중인 만큼 회계법인 재지정 및 협상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EY한영을 외부 평가기관으로 지정했지만 EY한영이 이후 교보생명 지정 감사인으로 선정되며 이해상충 문제로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풋옵션 절차 진행을 위한 회계법인 지정 등 이행 의무는 지속해 왔다"며 "다만 그동안은 이행강제금이 협상 압박 요소였지만 이제는 그 부담이 사라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MM PE 측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 부담과 대주단 압박이 커지는 등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