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가격 급등…임차인 부담은 더 커져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정부의 갭투자(전세끼고 주택 매입) 차단과 실거주 의무 강화 이후 서울 임대시장은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전세를 통해 주거비 부담을 관리해 온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선택지가 줄어든 데다, 매달 고정 지출이 발생하는 월세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월세 비중 확대는 임차인의 현금 지출 구조 변화를 초래하며, 주거비 상승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전세 시장 회복 없이 월세 중심 구조가 굳어질 경우, 임차인 부담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 전세 줄고 월세 늘고…임대시장 구조 '재편'
2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전세 물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월세 비중이 높아지면서 월세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전세 수요가 월세 수요로 이동하며 임대시장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되고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갭투자가 제한되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했다.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 주택은 전세 공급 자체가 불가능해 임대시장으로 나오는 물량이 줄어들었고, 그 결과 전세 매물이 크게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전세 수요는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세보증금으로 묶이는 자금 부담을 피하고, 매달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월세 선호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는 월세 거래가 점차 중심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 뚜렷하다.
서울의 임대차 거래량은 올해 6월 7만6691건에서 10월 6만1478건으로 감소한 뒤 11월 6만2251건으로 소폭 회복했지만, 거래 구성에서는 월세 우위가 지속됐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는 2만7300건에서 2만2529건으로 줄었고, 월세 거래는 3만9000~4만9000건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서울의 월세 비중은 6월과 7월 64.4%에서 8월 66.9%, 11월 63.8%로, 60%대 비중을 꾸준히 기록했다.
수도권 전반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수도권 임대차 거래는 6월 16만5604건에서 10월 13만5962건으로 줄었다가 11월 14만751건으로 일부 회복됐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는 6만3181건에서 5만1771건으로 감소한 반면, 월세 거래는 8만5000~10만3000건 수준을 유지하며 월세 비중 61~64%대를 기록했다.
◆ 월세 가격 급등…임차인 부담은 더 커져
임대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세 물량 감소 속에 월세 수요가 집중되며 가격 상승 압력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는 올해 1~11월 기준 누적 3.29% 상승하며,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상승률 3%를 넘어섰다. 지난해 2.86%에 이어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월세 가격 오름세는 올해 하반기 들어 더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연초 0.1%대에 머물렀던 월간 상승률은 5~8월 0.2%대로 높아졌고, 9월 0.3%대로 상승했다. 이후 10월 0.64%, 11월 0.63%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0.6%대 급등세를 나타냈다. 전세에서 밀려난 수요가 월세 시장으로 몰리며 가격이 단기간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체감 부담도 크게 증가했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월세로 전세 보증금을 운용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보증금 규모를 유지하더라도 월세 부담이 뚜렷하게 늘어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에 금리 부담과 생활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실질 주거비 압박이 한층 커지고 있다. 특히 직주근접 수요가 몰리는 강남권과 도심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월세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시장에서는 월세 가격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향후 1~2년간 입주 물량이 줄어 전세 공급이 늘어나기 어렵고, 집주인들 역시 월세 선호가 뚜렷하며, 매수 시장이 대출 규제로 위축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임대시장에 머물며 월세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갭투자를 막아 집값 상승을 억제하려는 정책이 오히려 집 없는 실수요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전세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월세 부담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