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술수출 규모 90% 수준 달성
알테오젠·ABL 바이오 '조 단위' 딜 성과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올 상반기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7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성과를 거두며 바이오산업의 축이 기술수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분위기다.
특히 바이오 벤처들이 설립 10년 만에 조 단위의 딜을 성사시키며 기술력을 입증한 가운데 국내 바이오 업계를 향한 글로벌 시장의 주목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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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이 신약을 연구하는 모습 [사진=한미약품] |
10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를 포함한 국내 바이오 기업 3곳은 이달까지 총 7조원 규모의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를 냈다. 최대 규모의 딜을 성사시킨 곳은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기술이전한 에이비엘바이오다.
이 회사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4.1조원대 규모의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금 739억원을 포함해 최대 1480억원의 계약금과 단기 마일스톤을 수령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알테오젠도 글로벌 빅파마인 아스트라제네카(AZ)의 자회사 메드이뮨과 2조원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주목을 받았다. 계약은 알테오젠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 기술 'ALT-B4'에 대한 것으로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의 치료제에 이를 적용해 피하주사(SC) 제형을 개발하고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됐다.
올 초에는 올릭스가 일라이릴리와 약 91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며 국내 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포문을 열었다. 이 계약은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과 기타 심혈관·대사 질환을 표적하는 올릭스의 임상 1상 후보물질 'OLX702A(물질명 OLX75016)'의 개발·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올릭스는 계약을 통해 일라이릴리로부터 선급금을 수령해 호주에서 진행하는 OLX702A의 임상 1상을 완료할 예정이며, 릴리는 연구개발과 상업화를 수행하게 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55억 4600만달러(약 8조 2000억원)로 집계됐다. 전년(8조 8000억원) 대비 7% 감소한 수준으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심이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올해는 불과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바이오 기업들이 지난해 기술수출 규모의 90%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국내 바이오산업은 '기술 기반 성장'으로의 전환 속도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오는 2030년 글로벌 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 만료가 다가오면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임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약물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특히 에이비엘바이오와 알테오젠 사례처럼 플랫폼 기술이전이 두드러지면서 바이오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플랫폼의 지속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후속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전날 기업설명회에서 "(GSK에 기술이전한) 그랩바디-B 플랫폼이 치매와 뇌 질환에 이어 항체나 sRNA,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모달리티로의 확장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도 입증했다"며 추가 기술이전과 확장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한국이 글로벌 빅파마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몇 안 되는 나라임은 분명하다"며 "알테오젠과 에이비엘바이오 사례처럼 플랫폼 기술의 경쟁력이 데이터와 기술이전을 통해 입증돼 가는 과정에 있다"고 봤다.
다만 "기술이전의 가치가 보다 높아지려면 다국적 제약사들은 임상 2a나 2b 단계의 데이터를 원하기 때문에, 임상 데이터가 쌓이는 게 중요하다"며 "바이오 벤처들은 신약 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에 자금력 한계가 있어 정부가 다양한 규모의 펀드들을 많이 만들어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