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도 금값 지지...원유 수요 감소 우려도 지속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10일(현지시간)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유가는 3% 넘게 하락했다.
뉴욕 상품 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6월물은 트로이 온스(1ozt=31.10g)당 전날보다 3.2% 급등한 3117.5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은 장 초반 3171.49달러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뒤 한국시간 기준 11일 오전 2시 54분 전날보다 2.6% 오른 3160.82를 기록했다.
이날 백악관은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관세가 145%라고 확인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관세를 84%에서 125%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부과한 20%에 125%의 관세가 더해지면서 중국산 재화에 적용되는 세율은 145%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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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라두닷컴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 니코스 차부라스는 "금의 안전 자산 매력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고, 사상 최고치 경신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교역국가들과의 무역 협상 가능성은 금 가격 상방을 크게 제한하는 요인이며,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할 경우 달러 강세로 금 가격이 부담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1% 넘게 떨어져 금 가격 매력을 높였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4% 올라 월가 전망치 2.5%를 하회했으나, 트럼프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결국 부추길 것이란 우려는 계속됐다.
국제 유가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수요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로 이날 2달러 넘게 내리며 전날 상승분을 반납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전장보다 배럴당 2.28달러(3.7%) 내린 60.07달러에 마감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6월물은 전장보다 배럴당 2.15달러(3.3%) 하락한 63.33달러에 마감했다.
시장조사업체 리터부시 앤드 어소시에이츠는 고객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 대한 관세가 더 높아지면, 중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이는 미국 내 공급 과잉 및 저장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은 3월 하루 평균 11만 2000배럴로, 작년 평균(19만 배럴) 대비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캐털리스트 에너지 인프라 펀드의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 헨리 호프만은 "이러한 무역 분쟁이 더 길어지면, 세계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전날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는데, 맥쿼리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주에도 원유 재고가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IA는 이날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관세가 유가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미국과 전 세계의 석유 수요 전망치도 올해와 내년 모두 하향 조정했다.
리터부시 앤드 어소시에이츠는 "관세로 인한 수요 둔화 우려와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은 트레이더들의 핵심 우려 사항으로, 단기적인 유가 상승에는 계속 제동을 걸 것"이라고 밝혔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