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번째 출전한 고별 무대서 1타차 컷 탈락... "이곳은 나에겐 축복"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베른하르트 랑거(67·독일)는 12일(한국시간) 열린 마스터스 토너먼트 2라운드 14번홀까지 합계 이븐파로 최고령 마스터스 컷 통과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아멘코너 15번홀(파5)에서 '오! 하나님'을 외쳐야 했다. 세번 째 샷이 그린 중앙에 잘 떨어졌으나 백스핀이 걸린 공은 내리막 경사면을 타고 연못으로 굴러 떨어졌다. 더블보기로 홀아웃하면서 합계 2오버파 컷 탈락 마지노선에 걸렸다. 16, 17번홀을 무사히 파로 막았으나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3m짜리 파 퍼트가 간발의 차이로 빗나가 컷 통과 기준에 한 타 모자란 3오버파 공동 52위로 탈락했다. 마스터스는 공동 50위 이내 선수가 3라운드에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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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랑거가 12일 마스터스 토너먼트 2라운드 18번홀을 마치고 환호하는 패트론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5.4.12 psoq1337@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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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랑거가 12일 마스터스 토너먼트 2라운드 18번홀을 마치고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크럽 프레드 리들리 회장과 포옹하고 있다. 2025.4.12 psoq1337@newspim.com |
랑거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8번홀을 에워싼 패트론을 행해 모자를 벗어 작별 인사를 건넸다. 패트론 모두 일어나 환호와 함께 기립박수를 보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프레드 리들리 회장도 랑거를 포옹하며 떠나는 '거장'에 예를 갖췄다. 곳곳을 향해 손을 흔들며 오거스타의 풍경을 눈에 담은 랑거는 대회 관계자, 가족들과 인사한 뒤 아내 비키 캐롤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떠나 마지막 스코어 카드를 제출했다. 1985년과 1993년 이 대회에서 그린 재킷을 입었던 랑거는 올해 고별 무대 삼아 41번째로 마스터스에 출전하겠다고 개막 전부터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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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랑거가 12일 마스터스 토너먼트 2라운드 4번홀을 티샷하고 있다. 2025.4.12 psoq1337@newspim.com |
랑거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라운드였으니 즐기려고 노력했다. 이 코스의 아름다움, 매 홀 마주치는 도전들, 패트론의 응원을 온몸으로 느꼈다"면서 "정말 특별한 이틀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제 1번홀로 걸어가는데 패트론의 박수소리에 거의 눈물이 나올 뻔했는데, '이러면 안 돼. 아직 경기해야 하잖아'라며 다잡았다"는 랑거는 "코스 곳곳에서 많은 박수를 받았고, 오늘 18번홀로 올라올 때는 만감이 교차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바람이 도와주지 않았다. 15번홀에서는 완벽한 웨지 샷에 스핀이 걸리면서 물에 빠져 결국 7타를 쳤다"면서 "완벽한 샷에서 7타가 나온 건 속상한 일이지만, 그게 골프다. 가장 멋진 게임이지만, 때로는 가장 잔인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제 이 코스는 내게 너무 길다. 첫 라운드부터 이 코스와 사랑에 빠져 많은 추억을 쌓았다. 오랫동안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건 큰 축복이었다"고 오거스트의 신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1957년 8월 27일 독일 남부 아우크스부르크 인근에서 태어난 랑거는 1982년 처음으로 마스터스에 출전해 1985년 처음 정상에 올라 마스터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평생 출전권을 얻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3승, 유러피언투어에서 42승을 올렸고, 시니어 투어인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는 역대 최다 47승을 거둬 '시니어 투어의 제왕'으로 불린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