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미국 현지 시간)부터 중국과의 협상이 진행 중임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정작 중국은 미·중 관세 대화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공식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에도 "미국이 중국과 무역 문제를 현재 협상하고 있다"며 "그들은 오늘 오전에 만났으며, 우리는 중국과의 만남을 가져왔다"고 발언했다.
반면 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중국 현지시간)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중국이 협상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모두 다 가짜 뉴스(假消息)"라고 일축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 양국은 관세 문제에 대해 그 어떤 협상이나 담판을 진행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중국과 대화 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중국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대화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이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중국 내에서는 미국의 대화 공세는 일종의 위장 전술이며 중국이 '대화의 부존재'를 공개한 것은 반격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금융 시장 불안감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미국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중국과 대화 중'이라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것.
또한 미국은 중국과의 대화설을 흘리면서 중국의 반응을 떠보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대화공세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화답한다면, 미국은 대중국 요구사항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이 선제적으로 중국과의 대화를 언급함으로 인해 미국이 대화에 적극적이었다는 이미지를 남기고, 이를 통해 향후 파국적인 상황이 닥치더라도 그 책임을 중국에 떠넘길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대화 공세에 대해 중국은 '대화의 부존재'를 공표하며 전략적 무대응을 하고 있다. 중국 현대 국제 관계 연구원의 리정(李錚) 연구원은 "중국 외교부가 미·중 대화의 부존재를 공표한 것은 중국은 미국의 수법을 간파하고 있으며, 미국에 끌려 다니지 않을 것임을 드러낸 것"이라며 "중국은 2018년 미·중 무역 협상 과정에서의 '미국의 조건 제시와 중국의 응답'이라는 피동적인 상황에 처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와 중국 상무부가 반복적으로 '대화는 평등, 존중, 호혜의 기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중국이 먼저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또 '관세 전쟁은 미국이 먼저 시작했음'을 강조하는 것은 세계에 관세 전쟁의 책임 소재가 미국에 있음을 환기시키는 작용을 한다.
중국 베이징의 한 관계자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대화의 부존재'를 공식 발표한 것은 중국의 전략적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며, 동시에 미국에 강한 반격을 가한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차분히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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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 자리를 떠나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ys174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