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령·세월호·전장연' 시위 참석
"비상계엄 이후 행동 방법 구체화"
"연대 지속 여부는 시민 개개인 몫"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전후로 거리 시위와 사회운동에 대한 시민사회 태도가 달라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적 비상국면 속에 거리로 나섰던 시민들이 이후에도 각자 방식으로 다른 시위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거나, 연대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다만, 광장에서 시민들의 연대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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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축하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25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출근길 선전전에는 그간 참여하지 않던 일반 시민들이 연대 형식으로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박철균 전장연 정책실장은 "3년 전 출근길 선전전을 했을 때만 해도 비난 여론이 매우 많았고, 찾아오는 이들도 인권 단체 활동가나 시민사회단체 중심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탄핵 정국을 지나면서는 안국역, 혜화역 등에서 시민단체 소속 없이 SNS를 보고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시민들이 확연히 늘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진행한 1박 2일 노숙 투쟁에도 얼굴을 모르는 시민 30여 명이 함께 했고, 출근길 선전전에는 매번 5~6명의 다른 시민들이 연대의 뜻을 밝히며 찾아오고 있다"며 "이전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지난 세월호 11주기 집회, 해고 노동자 고공 농성장, 농민들이 중심이 된 남태령 집회에서도 시민들은 속속 모습을 드러내며 연대의 뜻을 밝혔다.
남태령 집회 등 각종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윤여은(서울 마포구·33세·여)씨는 "사회 이슈들을 그동안 확인하고 있긴 했지만, 나갈 만큼 용감하지는 못했다"며 "지난 12·3 계엄 당일 국회에 나간 사람들을 보며 마음의 빚이 생겨 집회에 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 씨는 "부당함에 더 민감해졌고, 예전 같으면 가만히 있었을 일에도 목소리를 내게 됐다"며 "탄핵 찬성 집회에서 본 사람들과 남태령 시위 현장에서 다시 마주쳤는데, 농민, 장애인, 노동자 문제에도 함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핵 찬성 집회와 세월호 집회 등에 참석해 온 조 뜨레비(서울 관악구·29세·여)씨는 "사회 문제에 관심은 많았는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었다"며 "비상계엄 이후 집회에 참석하며 행동하는 방법을 구체화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체력이 되는 한 집회에 모두 참석할 것"이라며 "아직 고공 농성장 집회는 가지 못했지만, 이곳도 방문할 생각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반면, 시민들의 사회 참여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진단도 나온다.
공석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탄핵 이후 시민들이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건 긍정적 학습의 과정"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연대가 계속될지 여부는 시민 개개인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사회 참여에 대한) 열정, 공감, 애정의 단계"라며 "이 감정이 개인의 정체성과 이데올로기로 이어진다면 지속적인 (사회) 참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