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난 욕먹고 싶지 않아. 인터뷰 안 할래", "이런 시기에 섣부른 코멘트는..."
각 의과대학들이 지난달 30일 자정을 유급 시한으로 못 박았지만, 수업 거부를 이어가던 의대생들은 여전히 교육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으며 유급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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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경 기자 |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40개 의과대학 의대생들의 수업 불참이 지속되고 있다.
의대생들의 복귀와 수업 참여 유도를 위해 의료계 중진과 의대 교육 관계자 인터뷰 등을 시도했으나, 저마다 발언과 방송 출연을 사절했다. 의대생의 복귀 필요성과 현행 의대 입시 등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의료계 내부 전문가들이었으나,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의료계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함을 전하고 싶어도, 출처도 밝히지 못하는 형국이니 의사 사회가 몹시 폐쇄적이라고 느꼈다.
윤석열 정부에서 시작된 의료개혁 정책은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에 의해 강한 저항을 받았다. 그들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기존 의료계 선배 세대들의 통제력이나 조언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의 의견에 반하면 교수를 비롯해 나이가 지긋한 선배 의사마저도 공개적으로 SNS에 고깔모자를 씌워 저격하니, 이제 막 의료계로 들어온 의대 신입생 입장에서도 소위 강경파의 뜻을 거스르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직 전공의들이 의대생들의 투쟁 전선 이탈을 우려하는 것은, 결국 새로운 의사가 배출되면 자신들이 돌아갈 수련병원 TO가 채워지기 때문이다. 의료계 단일 대오란 "내 자리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 지켜져야 유지된다.
이번 집단 유급이 현실화되면 24, 25, 26학번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이른바 '트리플링' 사태가 발생한다. 정부의 의대 증원을 비판했지만, 정작 의대생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교육 환경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 꼴이다.
일각에선 강경파는 차기 정부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한다. 2026학번을 아예 모집하지 않는 것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이란 예측이다. 그렇게 되면 타 과 학생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의사(와 아직 의사가 되지도 않은 학생들) 집단을 향해 생기는 위화감은 심화될 것이다.
지금껏 나온 결과들도 극단의 연속이었지만, 내년도 신입생을 아예 뽑지 않는 부담을 과연 새 정부가 짊어질 것인지는 모르겠다.
사회 각처에서 벌어질 부정적인 영향, 또 의대생들 스스로가 받게 될 불이익을 우려해 복귀를 촉구하는 목소리들도 많았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전체주의적인 감시와 비판 때문에 대화가 막히고 수업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힘들어 보인다. 다양한 담론이 다뤄지지 않으니 대정부 투쟁도 파국적인 강경 노선으로 귀결된다.
아직까지는 강경파의 지도력이 유지되는 것 같다. 그러나 저학년 의대생들이 언제까지 손해를 감수할지는 두고 볼 노릇이다. 또 그들이 보고 배운 전체주의(全體主義)와 선배 세대를 향한 불경함을 답습하는 문제도 강경파가 직면할 문제다.
전체주의는 공동체, 국가, 이념을 개인보다 우위에 두고, 개인을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사상이다. 지금의 시점에서 의료계가 의대생들에게 전체주의를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