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 최전선 쪽으로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을 위해 독일로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군이 집결시키고 있는 병력 규모는 5만명 이상"이라며 그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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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 최대 요충지인 포크로우스크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제14공격여단 소속 포병 부대가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수미 지역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동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곳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작년 8월 깜짝 진격 작전을 벌여 한 때 서울 면적의 2배 이상을 점령했던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러시아군은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거의 몰아낸 뒤 수미 지역에 대한 공세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여전히 쿠르스크 지역의 일부를 장악하고 있으며 그곳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군의 가장 대규모 병력은 쿠르스크 전선에 있다"며 "그들은 우리 군대를 쿠르스크 지역에서 몰아내고 수미 지역에 대한 공세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수미 지역에) 약 10km의 완충지대를 만들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부 회의에서 "국경을 따라 필요한 보안 완충지대를 조성할 결정이 내려졌다"면서 "적의 화점(火点·firing point)들이 적극적으로 제압되고 있으며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러시아군이 최근 수미 지역의 일부 마을을 점령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올레흐 흐리호로프 수미 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노웬케, 바시우카, 웨셀리우카, 주라우카 등 4개 마을이 러시아군에 점령됐다고 밝혔다. 그는 "적들은 완충지대를 설정할 목적으로 진격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며 "우리 주의 다른 지역에서도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군은 전투원들의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오토바이와 ATV 등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미주에 대한 공세는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을 분산시키려는 조공(助攻)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는 최대 격전지인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 일대의 점령이라는 것이다.
세르히 그라브스키 예비역 대령은 러시아군 입장에서 수미는 '교란 지역'이라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군사전문가 콘스탄틴 마쇼베츠는 "러시아군이 동부전선에서 일부 부대를 끌어와 수미에 투입했지만 최근 2주간 진격한 거리가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