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27개 회원국에게 오는 2030년까지 물 사용량을 지금보다 최소 10% 이상 줄이도록 촉구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 지역의 지하수 매장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갈수록 가뭄 현상이 심각해지자 EU가 처음으로 물 사용 제한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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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8월 17일 프랑스 한 지역에서 트랙터가 가뭄으로 메마른 농지를 갈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제시카 로스월 EU 집행위원회 환경 담당 집행위원은 "이제 우리는 물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심지어 일상에서 샤워를 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유럽 곳곳에서는 물 부족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남부 유럽의 경우 여름철에 수영장에 물을 채우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가 일반화돼 있다.
마리아 파나요투 키프러스 농업부 장관은 "올해는 3년 연속 가뭄이 드는 해가 될 것"이라며 "지난 50년 동안 물 저장량이 8번째로 부족한 시기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최대 수자원 업체인 아이다프(Eydap)의 하리스 사키니스는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그리스 수도) 아테네는 앞으로 2년 안에 물이 고갈될 수 있다"고 했다.
유럽 북부 지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스웨덴의 일부 지역에서는 수돗물로 정원에 물을 주는 것이 금지돼 있다.
물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누수 등으로 버려지는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진단도 제기되고 있다.
수자원 산업 단체 이어이우(EarEau)에 따르면 EU 지역 내에서 누수로 인한 물 손실은 약 25%에 달하고 있다. 불가리아의 경우 이 비율이 약 60%까지 치솟는다.
기후변화와 함께 가뭄이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농업 생산도 타격을 받고 있다.
EU 집행위는 가뭄 때문에 EU 지역의 농업 부문이 매년 평균 283억 유로(약 44조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집계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현재 전체 농업 손실량의 절반 이상은 가뭄 때문에 발생한다"며 "강력한 대책이 없다면 오는 2050년까지 농부들의 평균 작물 손실량은 최대 66%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부 유럽이 가뭄으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2050년에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만 연간 손실이 200억 유로(약 3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