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해서는 서방 지도자들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을 중단하고 러시아에 가해진 제재의 대부분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서면 약속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이런 조건을 내걸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그 조건을 서방 지도자들이 서면으로 약속해야 한다는 주장은 새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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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간) 러시아 크렘린궁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통신은 휴전 협상을 잘 알고 있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하면서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 크렘린궁 고위 관계자 한 명은 '푸틴 대통령이 평화를 이룰 준비가 돼 있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그 동안 우크라이나 침략의 원인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1949년 12개국으로 출범한 나토는 1952년 그리스와 튀르키예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였고, 이후 독일(1955년), 스페인(1982)이 가입했다.
1999년과 2004년에는 냉전 이후 크게 바뀐 세계 정세 속에서 체코와 헝가리, 폴란드, 발트 3국,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나토 가입이 붐을 이뤘다.
2009~2020년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등 .발칸반도 국가들의 가입이 줄을 이었고, 2023년과 2024년에는 스칸디나비아반도의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회원이 됐다.
로이터 통신은 "나토의 동쪽 확장이 원천 봉쇄된다면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몰도바 등이 나토 회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외에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해제와 서방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의 반환,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자 보호 등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한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내민 조건으로 평화 협정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군사적 승리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내일의 평화는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러시아 조건은 우크라이나에겐 거의 항복이나 마찬가지로 여겨지고 있어 협상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도 러시아가 원하는 조건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푸틴은 지난해 6월 전쟁을 즉각 중단하기 위한 기본 조건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야망을 포기해야 하고, 러시아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또 대부분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동남부 4개주(州) 지역 전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완전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러시아는 현재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 이외에 루한스크 지역은 대부분 장악했고,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헤르손 지역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