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대부분의 관세가 대통령 권한 밖이라며 이를 무효화했다. 하지만 미국의 주요 교역국과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법원 판결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는 못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그러한 무제한적 권한을 부여한다고 해석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해당 관세 조치를 무효화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미국이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펜타일 이슈로 부과한 관세를 비롯해 기본 관세 10% 및 상호관세 효력이 중단된다.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와 통상법 301조에 근거한 철강 및 알루미늄,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품목 관세는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트럼프 정부는 판결 직후 항소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소속 변호사 피터 해럴은 "트럼프는 비상 권한을 이용해 이 조치를 취함으로써 큰 도박을 한 셈"이라며 "그리고 그 도박은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무역 전문가 잭 슬레이글은 이번 판결에 대해 "중국, 멕시코, 캐나다 등 여러 국가에 IEEPA를 근거로 자의적으로 관세를 부과해온 행정부에게는 상당한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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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다만 트럼프 정부가 우회 경로를 택하거나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 품목 관세에서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할 수 있는 점은 여전한 불안 요소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이번 판결이 행정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며 "사실상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러한 조치를 시행하는 데는 몇 달이 걸릴 수 있으며, 과거 또는 이전 행정부에서 승인된 절차들을 사용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다"면서도 "우리는 현재로서는 그런 방안들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무역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독일 마셜 펀드의 조지나 라이트 선임 연구원은 "내가 유럽에서 실제로 느끼는 분위기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면서도 최선의 결과를 바라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라이트 연구원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무역 드라마에서 이번 결정이 단지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판단했다.
슬레이글도 "설령 대법원이 해당 관세를 유지하지 않더라도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심지어 무역 갈등이 잠시 멈춘다는 뜻조차 아닐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교역국들은 당장 상황을 평가하는데 신중한 모습이다. 독일 경제부 대변인은 "현재 미국 내에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논평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한다"고 밝혔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미국 정부 간 협상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해결책이 도출되기를 계속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와 최초로 무역 협정 프레임워크에 합의한 영국 정부는 이번 포괄적인 판결이 미국 행정부의 국내 사안이라면서도 법적 절차의 첫 단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