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표에 국힘 의원 일부 이탈 땐 제명 가능
정치 보복 프레임에 타 청원 처리 형평성 부담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 대한 제명 청원 동의자 수가 47만 명을 돌파했다. 만료 시한이 오는 13일로 동의자 수는 50만 명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이 의원 제명 청원을 어떻게 처리할지다. 대선전에서 이 의원의 발언을 맹비난하며 징계안을 냈던 더불어민주당은 침묵하고 있다.
이 의원의 '젓가락 발언'이 발단이 됐다. 그는 지난달 27일 진행된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TV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자녀의 과거 논란을 조명하는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그대로 인용해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에서는 제명 등 강경한 목소리가 나왔다. 청원인은 "(이 의원이)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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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선후보. [사진=뉴스핌DB] |
지난 4일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준석 의원의 의원직 제명에 관한 청원' 동의자 수는 10일 오전 6시 20분 현재 47만 8241명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와 내란죄 수사를 위한 특검법 제정 촉구에 관한 청원'(40만 287명 동의)의 동의자 수를 넘어선 것이다.
청원에 대한 국회의 심사가 이뤄지려면 30일 이내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심사 요건은 이미 충족됐다. 국회 사무처가 청원 내용을 심사할 소관 위원회를 결정하면, 거기서 심사해 본회의 부의 여부를 정한다. 국회의원 제명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를 요한다. 국민동의청원으로 국회의원이 제명된 사례는 없다.
제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의 의원 수가 189명에 이른다. 대선 과정에서 보수 후보 단일화 무산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준석 의원에 대한 불만 기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만에 하나 표결에 부쳐진다면 키는 국민의힘이 쥐게 되는 셈이다.
산술적으로 범여권이 뭉치고 국민의힘 의원 11명이 이탈하면 이 의원은 제명된다. 대선 참패에 따른 심각한 당 내홍 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의 사정을 감안하면 일부 의원이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더 관심을 끄는 것은 민주당의 침묵이다. 토론 후 "모든 국민이 성폭력 발언의 피해자가 됐다"고 맹비난하며 징계안을 냈던 것과는 분위기가 대조적이다. 공식 회의에서 아예 이 문제를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이 문제를 피하는 것은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런 발언 하나로 의원을 제명한 전례가 없고 자칫 야당 탄압 프레임이 씌워질 수도 있다. 이 의원을 되레 키워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국정 운영에 힘을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국민적 이슈가 분산될 수 있는 데다 자칫 자신과 경쟁했던 대선 후보에 대해 정치 보복을 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정치 보복' 프레임에 힘을 실어주는 우를 범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야당의 파상 공세는 불 보듯 뻔하다.
아울러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재임중에 재판을 중단시키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대통령 재판 중지법 폐지 청원도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이날 오전 6시 20분 기준으로 13만 5032명이 동의했다. 심사 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민주당은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리는 법안 등 논란이 큰 여러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들에 대한 청원이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제명 청원을 처리하면 다른 청원 처리에서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향후 정국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굳이 이 의원을 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국민의힘이 심각한 내홍을 겪으면서 야권이 재편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신당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개헌 문제 등에서 이 의원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이 의원 제명 문제에 언급을 자제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복잡한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이 의원이 제명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leej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