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세종청사서 최임위 6차 전원회의
경영계, '업종별 노동생산성 편차' 제시
노동계 "최저임금제·헌법 정신에 반해"
내년 최저임금 노사 최초안 공개 예정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업종에 따라 구분 적용해야 한다며 재차 주장했다.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이 업종별로 크게 갈리고, 현재 최저임금(1만30원)도 일부 업종에서는 지불하기 힘들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반면 노동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분 적용이 최저임금제도와 헌법 정신에 반하는 차별이고, 구분 적용을 도입할 경우 '어떤 노동이 더 천하다'는 의미가 사회 전반에 퍼질 것이라며 노동에 대한 경멸을 우려했다.
◆ 경영계 "업종별 1인당 부가가치 천차만별…현장 수용성 떨어져"
경영계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 필요성을 재차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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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6.18 돌봄노동자 하루멈춤의 날 최저임금 대폭 인상 촉구, 돌봄노동자 하루멈춤 투쟁 기자회견을 열 피켓을 들고 있다. 2025.06.18 pangbin@newspim.com |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업종별 노동생산성 편차가 크고, 일부 업종의 현행 최저임금 수용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류 전무는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를 분석해 보면 숙박 음식업은 2800만원인 반면 금융보험업은 1억8000만원으로 업종에 따라 6배에서 7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숙박음식업, 보건사회복지업 같은 일부 업종에서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70~80%에 달해 현 수준의 최저임금조차 감당하기 힘들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류 전무는 "최근 우리 경제는 196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4분기 연속 0.1% 이하의 저성장에 머물렀고, 올해 성장률 전망도 1%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등 복합 위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내년 업종별 구분 적용이 시행되지 못한다면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현재 최저임금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업종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기중앙회가 실시한 현장의견 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그는 "(응답자들이) 가장 시급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 사항으로 업종별 구분 적용을 제시했다"며 "소상공인연합회도 금년 5월 실태조사 결과 92.1%의 소상공인들이 업종별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또 "업종별로 임금 지불 능력의 차이가 크다라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스위스나 캐나다, 일본 같은 경우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노동계 "차별 제도화 우려…최저임금-폐업률 간 조사 미흡"
사용자 위원 측의 업종별 구분 적용 주장에 근로자 위원들은 모두 반대하면서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경영계가 주장하는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제도와 헌법 정신에 반하는 차별이라는 이유다.
그간 경영계가 언급한 최저임금과 소상공인 폐업률 간 관계에 대해 객관적 조사 결과가 부족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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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사진=한국노총] 2025.04.22 sheep@newspim.com |
근로자 위원 대표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경영계가 반복 언급한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의 '최저임금 지불여력'에 대해 "최저임금이 많이 인상돼 실제 지불할 여력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임금 지급 과정에서 측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실질적으로 따져봐야 할 애매한 경우가 다반사"라고 밝혔다.
류 사무총장은 구분 적용 근거 중 하나인 현장 수용력에 대해서는 "'차별의 연쇄화'를 제도화하자는 매우 위험성이 높은 무책임한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류 사무총장은 또 "최저임금이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히는 객관적인 상관관계는 전 세계 통틀어 조사된 바가 단 한 곳도 없다"며 "폐업과 영업에 최저임금이 어떤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근거를 먼저 밝혀 주장해 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업종별 차등적용은 폐기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는 이미 불공정한 구조 속에 놓여 있다"며 "노동자들이 '당신은 이 업종이니 덜 받아도 된다'며 또 다른 차별을 강요받는다면, 어떤 희망으로 살 수 있겠냐. 차등지급은 단지 임금 격차를 의미하지 않고 '어떤 노동은 더 천하다'는 메시지를 사회 전반에 주입한다"고 비판했다.
이 부위원장은 "최근 직장갑질119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이 프리랜서,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에게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며 "소모적인 업종별 하향식 차등 적용 논의를 중단하고, 사각지대 해소 논의로 임금에 따른 불평등 양극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익위원 간사를 맡은 권순원 교수는 "서로가 요구하는 이슈의 목적과 필요를 이해하다 보면 관련 쟁점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고 합의에 이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노사 모두 상대방 주장을 반박하기보다 필요와 이유를 헤아려 토론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오늘(19일)은 2026년 적용 최저임금 노사 최초안을 제시하는 날이다. 신정부 출범에 따라 국민통합 필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shee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