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멈춘 한은…부동산 시장 '속도조절'
대출규제·금리 동결 여파…서울 집값 3~6개월 조정 전망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지난달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당분간 부동산 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서울 집값 폭등과 가계부채 증가세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는 떨어지고 대출규제는 강화되면서 집값이 조정을 받으면 매수에 나서려던 수요자들의 기세 역시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복합적인 정책 신호에 따라 시장은 추가 상승보다는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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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인하 멈춘 한은…부동산 시장 '속도조절'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출규제에 이어 기준금리 동결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 둔화가 당분간 이어지며 조정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해 총 1%p 낮춰 조정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 인하 기조를 잠시 멈추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급등하는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다섯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0.40% 상승했다. 전주(0.43% 상승) 대비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주택매매 수요를 뒷받침하는 가계대출도 지난달 은행권에서 6조2000억원 급증한 것을 비롯해 금융권 전체에서 6조5000억원이 불어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말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규제를 도입하고 과열 양상 진화에 나섰다.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의 일주일간 거래건수는 1175건으로 직전 일주일(2400건)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밝힌 만큼 추가적인 인하 가능성은 있는 상황이다. 다만 부동산 가격에 예민하게 반응을 하고 있는 만큼 집값 조정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하반기 주택가격 같은 것들이 안정세를 찾는다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고려를 할 것"이라면서 "단순히 주택 가격만 잡는다고 도움이 되는게 아니라 경제 성장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상당히 좀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준금리에 대한 인하 기대 심리가 발현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 대출규제·금리 동결 여파…서울 집값 3~6개월 조정 전망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출규제와 금리동결이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률 둔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집값이 대출규제를 불러와야하는 불장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금리 인하 스탠스는 유지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을 고려해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격 상승률은 둔화되는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출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금리가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던 수요자들의 경우 매수 의지가 한풀 꺾이면서 거래 역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송 대표는 "금리가 떨어졌을 경우 대출 규제 강화로 집값이 조정을 받으면 매수하려고 했던 대기 수요의 기세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집값 상승세가 완만해지고 거래량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가운데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주요 지역의 경우 길게는 6개월 가량 조정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좀 지켜봐야 되겠지만 마용성이나 강남이나 마용성은 3~6개월 정도, 나머지 외곽 지역은 한두달 정도 조정이 될 것"이라며 "오히려 지방의 경우는 좀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가격 조정 이후 금리 인하가 있을 경우 4분기쯤에는 국지적으로 집값 반등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