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산업 중기·벤처

속보

더보기

[기고] 기술탈취 입증책임 무게...스타트업의 생존 위협

기사입력 : 2025년07월22일 07:00

최종수정 : 2025년07월22일 07:00

박정인 (단국대학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연구교수, 법학박사)

기술탈취와 아이디어 부정사용은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리스크다.

그러나 피해 기업이 이를 입증하기란 극도로 어렵다. 특히 가해 혐의를 받는 기업이 증거를 사실상 독점한 상태에서는 현행 민사소송법의 증거제도만으로는 분쟁 해결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실제 진행 중인 A사와 B사 간 부정경쟁행위 분쟁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A사와 B사는 리뷰 기반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MOU를 체결하고 데이터 및 API를 상호 제공했다. 그러나 B사는 협력기간 중 사전 승인 없이 유사 서비스를 개발했고, 이에 대해 특허청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인 아이디어 부정사용을 근거로 시정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B사는 권고를 따르지 않은 채 오히려 A 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A 사는 반소로 부정경쟁행위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에서는 A 사 전부 패소, 항소심에서는 일부 승소해서 2,000만 원 배상 판결을 B사에게 받아냈으며, 현재 대법원 소송이 계속 중이다.

A 사는 B 사의 침해행위를 입증하기 위해 '서비스 개발 문서', '기획안', '내부 커뮤니케이션 기록' 등에 대한 문서제출명령 및 석명신청을 여러 차례 법원에 요청했다.

하지만 B 사는 매번 "해당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입증책임은 A 사에 있으므로 응할 의무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박정인 교수.

이에 따라 A 사는 핵심 증거에 접근조차 하지 못한 채, 제한된 정황증거만으로 법정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되었다.
민사소송법은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입증책임 분담에 따라 운영되며, 상대방이 스스로 보유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극히 제한적이다. 문서제출명령도 "특정 문서"에 대해 "존재 여부와 소지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며, 석명도 "답변 강제력"이 없고, 비협조 시 제재가 미미하다.

그 결과, 기술탈취나 영업비밀 침해 등 비대칭적 정보구조가 핵심인 사건에서 피해자는 사실상 입증 불능의 늪에 빠지게 된다.

미국 민사소송법상 디스커버리 제도는 증거를 상대방에게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강제'할 수 있는 절차로 인정된다. 문서를 요구, 증인신문, 서면답변, 전자정보 제출 등이 폭넓게 가능하며, 거부 시 제재도 실질적으로 작동한다. 이 제도는 국내 현실에 있어 먼저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 분쟁에서 핵심 자료는 침해자 측에만 존재하므로, 법원의 적극적 강제력을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소송을 지연하는 것을 방지하거나 조기 종결 가능성도 높아진다. 핵심증거가 초기 단계에서 확보되면, 불필요한 증인신문과 장기 항소를 막고 조기 화해를 유도할 수 있게 된다.

그밖에도 입증책임의 형평성을 회복할 수 있다. 피해자에게 과도하게 부과된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가해자 측의 책임 회피 전략을 차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 제도를 규정할 곳은 부정경쟁방지법 또는 중소기업기술보호법 내라고 할 수 있다. 두 법 중 어딘가에 특례조항을 마련하여 일정한 사안 예를 들어 기술침해, 플랫폼 아이디어 도용 등에 한해 디스커버리 유사한 절차를 허용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전속관할 법원 또는 기술전담부서 내 '비밀정보공개 심리절차' 신설하거나 제3의 중립기구, 예를 들어 기술조사관, 특별심리관 등이 비공개 자료를 열람·심리하는 절차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 밖에도 문서제출 불응 시 불리한 추정 도입 및 과태료·패소 간주 등 제재를 강화하여야 한다. '증거를 보지 못한 정의'는 어디까지나 절반의 정의일 뿐이다.

A사의 사례는 단지 한 기업의 피해가 아니라, 기술혁신을 이끌어온 수많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마주한 현실을 대변한다. 혁신의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한 법은 존재하지만, 그 법을 입증할 수 없는 구조라면 그 법은 '이름뿐인 법'에 불과하다. 지금이야말로 민사소송법에 디스커버리 제도와 같은 현실적 증거개시 제도를 도입해야 할 때이다. 법은 정의로 나아가는 길이 되어야 하며, 정의는 증거의 기반 위에 세워져야 한다.

※ 박정인 교수(법학박사)는 해인예술법연구소 소장, 숙명여대 문화행정학과 초빙교수, 단국대 IT 법학협동과정 연구교수에 이어 단국대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연구교수로 있다.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교육부 저작권검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위원을 역임했다.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등 지식재산과 산업 보안, 방위기술 전략 등의 이슈를 다뤄왔다. 그 밖에도 장애인연대, 청소년복지, 주거복지를 하는 사회복지사로 시민대상 역사문화해설과 문화재지킴이 등을 하는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포츠법 책들을 차례로 저술했고, 발달장애인소프트볼협회 위원장을 맡아 장애인체육종목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