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영국 정부는 이날 10년 만기 국채 발행을 통해 140억 파운드(약 26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수익률은 4.8786%였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 세계적으로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는 추세와 함께 영국 정부 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영국의 장기차입비용이 크게 치솟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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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 위에 놓인 영국 파운드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국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일(현지시간) 장중에 전날보다 0.08%포인트 오른 5.72%를 기록했다. 이는 1998년 5월에 기록했던 이전 최고치 5.79%에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다. 오후 3시30분 현재 수익률은 5.72%였다.
투자자들이 장기차입비용을 측정하는 지표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07%포인트 오른 4.83%를 기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노동당 정부가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됐다"며 "차입비용 상승은 세금 인상이나 지출 삭감을 통해 메꿔야 할 더 큰 블랙홀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의 차입비용은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이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공공부채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의 경우 영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8% 올랐다. 이에 비해 독일과 프랑스는 8월 인플레이션이 각각 2.1%, 0.8%에 불과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전체의 인플레이션도 2.1%였다.
팬뮤어 고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사이먼 프렌치는 "영국이 (장기차입비용 측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의 고공행진이라는 더 큰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여름 영국에서는 큰 폭의 물가상승률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지역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판테온의 영국 이코노미스트인 롭 우드는 "영국이 유로존 등 다른 경제권보다 경상수지 적자가 크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는 영국이 외국 투자자에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재정준칙을 절대로 고수해야 하며, 그 준칙에 대한 어떠한 변칙도 용납해서는 안된다"며 "영국 정부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소득세 등의) 세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당초 약속을 어겨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FT는 "시장의 펀드 매니저들은 영국 정부가 점점 악화되는 국채 발행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재정 긴축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이체방크의 거시경제 연구 책임자인 짐 리드는 "우리는 지금 느리게 움직이는 악순환을 목격하고 있다"며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고, 부채 상황이 악화되고, 또다시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차입비용 증가로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이 지난 봄 예산 설명 당시 제시했던 재정 여유분이 99억 파운드에서 40억 파운드로 줄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 노동당 정부는 다음 의회가 들어서게 될 2029년 이후에는 세수입을 통해 정부의 일상 지출을 충당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황이다.
이날 파운드화도 약세를 보였다. 장중에 달러화 대비 1.3% 하락해 1.336 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일일 하락폭으로는 최대치였다.
ING의 애널리스트인 프란체스코 페솔레는 "오늘 파운드화의 하락은 장기 채권 움직임에 있어서 파운드 시장이 얼마나 불안한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