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은마 정비계획 수정안 가결
조합 "사업시행인가 박차"
공공분양·분담금 부담 엇갈린 조합 반응
사업 가시화는 집값에 '호재'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서울 강남구 재건축 최대어 은마아파트가 49층, 약 6000가구 규모의 초고층 단지로의 변신을 눈앞에 뒀다. 공공분양 물량 추가라는 새로운 변수가 더해지며 재건축 시장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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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 재건축 사업 개요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 은마 재건축 49층·6000가구 규모 확정… 공공분양으로 용적률 벌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위원회를 열고 은마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안을 수정가결했다.
현재 14층, 4424가구 규모가 최고 49층, 5893가구(공공주택 1090가구) 규모의 단지로 탈바꿈한다. 2023년 확정된 정비계획상 높이는 최고 35층이었으나, 높이 제한이 폐지되면서 49층으로의 변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번 결정은 올 1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 신청 이후 8개월 만의 결과다. 역세권 용적률 특례가 적용돼 182가구의 공공분양주택도 공급하기로 했다. 정비사업을 통해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하는 건 처음이다. 은마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통합심의 준비도 상당히 진척됐다"며 "다음 절차도 더욱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1979년 지어져 올해로 준공 47년째인 은마는 1996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으나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2002년 시공사 선정, 2003년 추진위원회 승인을 완료했지만 안전진단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도입 등의 문제로 현재까지 사업이 표류했다.
가구 수가 워낙 많은 탓에 주민 의견을 모으기가 힘들었던 데다 아예 재건축안 자체에 이의를 신청하는 주민도 나타나며 갈등 봉합에 수 년이 걸렸다. 사업에 물꼬를 튼 건 2023년 강남구청이 조합설립인가를 내주며 추진위 출범 20년 만에 다음 단계인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위한 준비에 나선 후부터다.
조합원들은 이 같은 정비계획 수정안을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공분양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공공주택 비중이 높긴 하지만 높이가 49층으로 올라가고 약 6000가구 규모의 강남 신축이 되면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임대도 231가구나 되는데 공공분양 물량까지 빠지면 일반분양이 더 줄어들게 되니 분담금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 사업성 확보 지름길로 공공분양 선택… 분담금·분양가 부담은 숙제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한 은마의 용적률은 204%로, 상한 용적률은 300%였다. 이 상태에서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높이면 공사비가 올라 사업성이 떨어지기에 조합은 최대 500%까지의 용적률을 받을 수 있는 준주거지역으로의 종 상향을 검토했다. 하지만 종상향 시 의무 기부채납률이 높은 데다 올린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해 조합원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그러다 선택한 것이 역세권 정비사업지를 대상으로 한 공공분양 주택 공급이다. 국토부는 2023년 역세권 정비사업지의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용적률을 완화하고, 추가로 완화된 용적률의 50% 이상을 공공분양 물량으로 공급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때 역세권은 정비면적의 50% 이상이 지하철역 승강장 경계 기준 250m 이내에 있는 사업지를 뜻한다.
당첨되면 주택 지분의 10~25%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최대 30년까지 분할해 낼 수 있는 지분적립형나 입주할 때 분양가 일부만 냈다가 5년 의무 거주 기간을 채운 뒤 환매나 분양가 완납 중 선택하는 이익공유형 형태로 분양한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해 토지사용료를 매달 내야 하는 토지임대부 방식도 가능하다.
아직 공급 대상이나 방법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 등 공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마 재건축 사례가 공공분양 활성화의 지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공공분양을 통해 서민들이 부담 가능한 저렴한 주택의 공급과 주택가격 안정화라는 목표를 이룰 순 있지만, 집을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취할 수 있는 일반분양 주택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김준형 한국토지주택공사(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뉴:홈 공공분양은 소유와 임대의 중간성격을 가진 대안적 정책이므로,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서민과 청년 층의 내집마련 지원을 위한 주거사다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과도하게 발생한 자본이득을 환수하기 위한 장치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기에 민간의 적극적인 사업 참여는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간 참여 자체를 지원하는 수단보다는 사업성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공공분양이라는 변수를 안고 가긴 하지만 부동산 시장 측면에서 은마의 정비계획 수정가결안은 호재다. 공회전하던 재건축의 순항 조짐이 보이면서 매물도 거의 없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84㎡(이하 전용면적)의 가장 최근 거래는 지난 7월 이뤄졌다. 3층 물건이 40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6.27 대출규제' 이후 매물 자체가 많이 줄었다"며 "현재 호가는 76㎡ 34억5000만원에서 36억원, 84㎡가 낮게는 40억원에서 높게는 5억원선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은마가 풀어야 할 숙제는 아직 남았다. 2023년 강남구청은 이 단지 추정 일반분양가를 3.3㎡당 7100만으로 결정했다. 이 경우 84㎡ 분양가는 24억원, 59㎡는 17억원 중반대에서 결정된다. 분양가가 이대로 확정된다면 기존 76㎡ 거주민이 84㎡를 분양받을 때 추가 분담금으로 3억1600만원을 내야 한다. 종전 76㎡를 보유한 조합원이 91㎡ 입주를 선택하면 분담금은 최대 4억8200만원까지 불어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단기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릴 수도 있겠지만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기가 어렵기에 거래량 증가도 제한적"이라며 "근처 삼성역 주변 개발 등 입지적 강점이 있는 곳이기에 추후 가격 상승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