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의 입법부인 유럽의회가 지난 7월 타결된 미·EU 무역협상안에 대한 강한 비판과 함께 수정 요구를 제기하고 있어 자칫 '대서양 무역 휴전'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협상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유럽이 미국 제품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모든 기존 관세를 선제적으로 철폐하는 내용 등에 대해 유럽의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7월 27일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EU 수출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무역협상안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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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EU산 상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을 타결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럽의회 국제무역위원회는 이날 자비네 바이안트 EU 집행위 무역 담당 사무총국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청문회를 열고 미국·EU 무역협상 전략과 내용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베른트 랑게 국제무역위원장은 "이번 협상안에는 많은 의문이 있다"며 "(유럽의회) 승인 과정에서 몇 가지 수정 사항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 소속인 벨기에의 캐슬린 반 브렘트 의원은 "이번 협상안이 EU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다른 국가에는 적용되지 않는 양보를 허용하고 있다"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민주진보동맹은 이 협정에 반대한다"며 "우리는 이 협정에 무조건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좌파그룹(The Left)의 공동 대표인 독일의 마틴 쉬르데완은 "EU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항복했다"며 "유럽의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산업은 타격을 받으며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극우성향의 '정체성과 민주주의(ID)' 소속의 프랑스 티에리 마리아니 의원은 "EU가 너무 약하게 대응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안의) 조건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자유주의 성향의 리뉴 그룹(Renew Group)과 녹색당도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들 5개 그룹에 속한 의원은 396명으로 유럽의회 의원 전체 725명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에 대해 바이안트 총국장은 "EU는 다른 어떤 미국 파트너보다 더 나은 협상을 했다"며 "기존 관세율을 포함해 대부분의 수출품에 15%의 관세율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 관세는 27.5%에서 15%로 인하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협상이든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은 해야 한다"면서도 "이번 협상안을 실행하기 위해 약속한 EU 측의 관세 인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과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 무역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FT는 "대서양 무역 전쟁을 우려하는 유럽의 지도자들은 유럽의회 투표에서 협상안이 통과되도록 자국 의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