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HSI 최대 규모 급습...오전 10시45분 전격 진입
국적·비자별 분류 후 버스 이송...475명 억류, 한국인 대거 포함
트럼프 "ICE 본연 임무"…현대·LG "법규 준수, 전수 조사 착수"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이 4일(현지시간) 오전 조지아주 서배나 인근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부지 내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전격 급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헬기와 중장비, 수십 대의 버스까지 투입된 이번 작전은 HSI 역사상 단일 현장 최대 규모 단속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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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자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 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영상 캡쳐] |
◆ 오전 10시45분, 전 구역 봉쇄
단속은 현지 시간 오전 10시45분 현장 진입과 동시에 시작됐다. 요원들은 건물과 공사장을 봉쇄한 뒤, 근로자들을 국적·비자 상태별로 분류해 신원 확인을 진행하고 버스에 태워 구금시설로 이송했다.
일부 근로자는 현장을 빠져나가려다 오수 웅덩이로 뛰어들었으나 곧바로 보트 추격에 붙잡혔다. 당시 기온은 섭씨 32도에 달해, 야외에서 장시간 조사를 받는 노동자들은 고된 시간을 견뎌야 했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영상 속에서 단속 요원들은 "우리는 이 전체 건설 부지에 대한 수색 영장을 갖고 있다. 즉시 공사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해당 배터리 공장은 메타플랜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들어갈 전지 셀을 공급하기 위해 지어지고 있었다. 공장은 완성차 생산 라인과 떨어져 있어, 일부 노동자들은 급습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현대차 부지 내 다른 구역에서 근무하는 물류 관리자 키아 버크는 WSJ에 "이곳에 이민자 노동자가 많아 단속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면서도 "작전의 규모는 예상치 못했다. 우리 팀이 연루되지 않아 다행이지만, 언제 우리 차례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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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자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 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영상 캡쳐) |
◆ 475명 억류…"수개월 전부터 내사"
단속 결과 총 475명이 억류됐다. 이 가운데는 LG에너지솔루션 직원 47명(한국인 46명·인도네시아인 1명)과 협력사 인력 약 250명이 포함됐다. 대다수가 한국 국적자로 알려졌다.
HSI 소속 스티븐 슈랭크 조지아·앨라배마주 담당 특별수사관은 "체포된 이들은 불법 입국, 전자여행허가인 '이스타(ESTA)' 근로 금지 위반, 체류 기간 초과 혐의를 받고 있다"며 "노동력을 착취하고 경제를 훼손하며 연방법을 위반한 이들은 반드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형사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당국은 이번 작전이 단순 불법 체류 단속을 넘어 하청업체 고용망 전반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고용 실태 조사가 진행됐고, 몇 달 전 해당 부지에 대한 수색 영장도 발부받은 상태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 현대·LG "법규 준수"…한국 정부 "강한 유감"
현대차는 성명을 통해 "법과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협력사와 하청업체까지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출장 대부분을 중단하고, 현지 체류 중인 직원들에게는 귀국 또는 숙소 대기를 지시했다.
한국 정부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재외국민 권익 보호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으며, 외교부는 미국 측이 단속 영상을 공개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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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외교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공관 합동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2025.09.06 |
◆ 트럼프 "ICE 본연 임무"…투자와 단속의 역설
트럼프 대통령은 "ICE가 불법 체류자를 단속했을 뿐"이라며 이번 작전을 두둔했다. 그러나 이번 급습은 트럼프 행정부가 현대차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치적으로 내세운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크다.
현대차 메타플랜트는 완공 시 연 50만 대 생산, 8500명 고용을 목표로 하는 현대차 미국 투자의 핵심 거점이다. 트럼프는 이를 "관세 정책의 성과"라고 자찬해 왔지만, 불법 고용 단속 강화와 제조업 투자 확대라는 두 목표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서배나 일대 한인 상권은 큰 충격에 빠졌다. 현지 한 한식당 관계자는 "처음엔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며 "단골 손님 다수가 현대차 직원인데 매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