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안정대책 부재·정비사업 규제 한계 지적
LH 직접시행 취지는 좋지만 비효율·재무부담은 우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가 수도권 135만가구 착공을 골자로 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놓자 학계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총량 위주의 접근과 공공 주도 편중을 동시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월세 시장 안정책 부재, 인허가 이후 착공·준공 단계의 병목,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시행에 따른 속도·재무 리스크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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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9일 열린 '이재명 정부 부동산 공급대책 평가와 전망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2025.09.09 chulsoofriend@newspim.com |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일 열린 '이재명 정부 부동산 공급대책 평가와 전망 긴급토론회'에선 새로운 공급대책의 한계로 과도한 총량 목표와 도심 자족성 약화 등이 제시됐다.
토론회는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됐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와 김준형 서울시 주택부동산정책수석이 패널로 참석했다.
정부는 지난 7일 2030년까지 5년간 수도권에 총 135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착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주택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 부문의 역할을 확대하고, 이행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 교수는 이번 정책이 제시하는 공급물량이 과도하며 전월세보다는 매매가격 문제에 집중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전처럼 혼자 사는 이들이 매년 30만가구씩 늘어나는 시기는 지났다"며 "입주 물량 감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부분은 전월세 시장인데, 이번 대책은 총량적인 주택 공급만을 가지고 전반적인 시장의 문제를 해소하려고 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와 역량 지원 등으로 준비 기간을 줄이고, 용적률 특례 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방안에 대해선 현실 장벽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인허가 이후 착공·준공 단계에서 걸림돌을 줄여 정비사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분담금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갈등에 막혀 사업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H가 주요 수입원이었던 주택용지 매각을 접고 민간 건설사와의 협력을 통해 고품질의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직접 시행에 나서는 것에도 회의적인 시선을 내비쳤다. 이 교수는 "LH 같은 공기업은 민간 기업만큼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지 않는다는 비효율성을 안고 있어서 오히려 속도를 늦출 우려가 있다"며 "공공 주도의 대규모 공급은 정치 논리에 휘둘릴 위험도 크기에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뒷받침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현실 문제 해결보다는 공공 공급이라는 철학적 목표에 집중했다는 점이 아쉽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민간이나 주민이 추진하는 사업은 배제하고 LH 중심의 공공 공급만 바람직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점이 한계라는 것이다.
김 수석은 "현재 전국 주택 공급량 전체의 80~90%는 민간에서 담당하는 구조인데, 이런 상황에서 LH 물량을 확대한다고 해서 큰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며 "LH는 이미 160조원 부채를 안고 있고, 2029년에는 261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 개혁 논의가 진행 중인데도 신규 인력을 늘려 직접 시행까지 맡겠다는 건 재무적 부담을 더 키울 수밖에 없는 방향"이라고 부연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에는 도심 내 우수한 입지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노후 공공청사나 국유지 등을 재정비해 오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2만8000가구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도심 내 학교나 미사용 학교용지, 폐교부지 등을 활용해 수도권에 최소 3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도심 내 유휴부지와 노후시설도 활용한다. 노후화된 영구임대주택을 고밀도로 전면 재건축해 2만3000가구를, 위례 업무시설 부지 등 유휴부지도 개발해 4000가구를 각각 공급한다.
김 수석은 "국토부는 그간 자족성이 없는 신도시 개발은 문제라는 시선을 드러냈는데, 이는 사실상 '주택 중심 신도시'로 방향을 선회한 셈"이라며 "서울의 중심성을 강화할 순 있지만 주택 가격 안정 대책으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업비 단가 현실화나 이주·철거 비용 지원 등의 현실적인 부분이 빠진 탓에 단순 건설비만 고려해선 원활한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권 교수는 "공공 부지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도 크다"며 "학교용지 개발은 교육청과의 갈등이 불가피하고, 노후 영구임대주택은 세입자 이주 문제가 얽혀 있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