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생활동반자법 발의...섬세한 논의 필요
혼외 관계 논의 넘어 개인 간 돌봄 논의돼야
[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혼자 사는 친구가 반나절 동안 연락이 안 돼서 경찰에 신고할까 고민했다."
취재원에게 1인 가구로서의 고충 등을 물으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이 아닌, 1인 가구 친구에 대한 걱정과 동시에 "나도 혼자 쓰러지면 누가 바로 알아채고 빠르게 신고해 줄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 수가 1000만 가구를 넘어섰다. '나 혼자 사는' 국민이 5명 중 1명이다. 혼자 사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직장이나 학업 문제일 수도 있고 개인 선호도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마땅히 함께 살 만한 가족 등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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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연 사회부 기자 |
이처럼 전통적인 가족 관계를 벗어나 살아가는 인구는 늘어나고 있는데 아직 이들을 보호할만한 제도는 미비한 상황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이런 사회 변화에 주목하고 있지만 큰 진전은 없다.
이들이 반길만한 소식이 생겼다. 최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2대 국회 최초로 '생활동반자법'을 대표 발의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성인들끼리 '생활동반자' 관계가 되어 서로 돌보고 부양하게 할 수 있는 법이다. 이 법안의 취지는 비혼 동거 관계 등을 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포함한다.
하지만 취재하면서 1인 가구 1000만 시대를 맞아 혼자 사는 이들이 더 신경 쓰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들에게도 누군가가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응급 상황에서 수술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거나 가까운 친족이 없어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는 상황 등이다. 단적으로, 홀로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이들이 지난해 17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는 곧 1인 가구의 증가가 기존 법과 제도로 놓칠 수 있는 사각지대의 확대를 의미한다. 따라서 더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이 요구된다. 개인 선호를 이유로 1인 가구로 살아가고 있는 지인 역시 "나중에는 생활동반자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장이야 건강이나 생활력에 큰 이상이 없는 청년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위험 요소는 많아질 것이다. 외로움을 해소하거나 서로에게 돌봄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혼인·혈연 관계 이외의 관계 인정이 필요한 이유다.
생활동반자 관계는 단순한 두 사람의 결합을 넘어선다. 점과 점을 이으면 선이 된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선들을 이으면 면이 되는 것도 당연하다. 전통적인 가족 외 다양한 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점을 잇고, 선과 면을 만들어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드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논의가 지난 몇 년간 지지부진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사회적 합의와 논의는 필수다.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됐지만 종교단체 등에서 나타내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특히 현재 발의된 법안에는 생활동반자 간 경제적 책임이나 입양 등 논쟁의 여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더 섬세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법안 발의가 단순 혼외 관계와 출생률에 관한 논의를 넘어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맞춰 개인들이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의 장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
gdy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