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86 생태계 포섭, CPU 영향력 확대
엔비디아 NV링크로 '연결 병목' 돌파
ARM과 X86 양대 계열 동시 장악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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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엔비디아(종목코드: NVDA)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장악 시도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번에는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의 전통 강자이자 한때 '반도체 맹주'로 불렸던 인텔(INTC)과 손잡고 패권 강화에 나선다.
엔비디아는 인텔의 'x86(반도체 설계 규격을 뜻하는 아키텍처의 한 종류)' 계열 CPU와 자사 GPU(화상처리장치)를 통합해 제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지금도 x86 계열과 엔비디아 칩의 연동은 가능했지만 속도 제약이 있다. 이를 독자 기술로 돌파해 데이터센터 시장 장악력을 더 넓혀보겠다는 거다.
◆"x86 CPU 패권까지"
18일(현지시간) 발표된 엔비디아의 인텔 지분 투자 및 공동 개발 제휴는 2가지 노림수를 품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인텔 구제 조치에 호응하면서도 동시에 x86 계열 CPU 시장에서 자사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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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
AI 데이터센터에서 CPU는 여전히 필수다. GPU가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담당해도 그 전후의 비(非)AI 처리 과정은 CPU가 맡아야 한다. 엔비디아가 핵심 연산을 주도해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CPU가 없이는 작동할 수 없는 구조다.
엔비디아가 인텔과 제휴한 근본적인 배경에는 x86 계열 CPU 시장의 지배력이 있다. 데이터센터용 CPU 시장의 75%가 인텔·AMD의 x86 계열 제품이다. 이 중 인텔의 몫은 73%다. 기업들이 수십년간 구축한 소프트웨어 모두가 x86 환경에 최적화돼 있어 ARM 계열이 아무리 효율적이어도 단기간 '관성'의 벽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엔비디아는 그레이스라는 ARM 계열의 자체 CPU로 영향력 확대를 시도 중이지만 아직은 한계가 있다. 수십년간 굳어진 x86 생태계를 단기간에 바꾸기에는 제약이 있다. 엔비디아는 x86 진영의 핵심인 인텔과 손잡고 내부에서부터 시장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ARM 계열 CPU로의 전환을 전면적으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 수십년 x86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ARM 계열로 전환하면 메모리 관리 방식이나 명령어 실행 순서 차이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당장 서비스를 운영해야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리스크다.
현재 빅테크들이 구사 중인 전략은 x86과 ARM 계열 사용을 병행하는 '투트랙'이다. 아마존(AMZN)과 구글(GOOGL), 마이크로소프트(MSFT) 모두 엔비디아의 ARM 계열 CPU를 도입하면서도 기존 x86 인프라는 유지하고 있다. 완전한 전환이 아닌 점진적인 변환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돌파구는 'NV링크'
현재 x86 계열 CPU와 엔비디아의 GPU를 연결하는 PCle 방식의 치명적 약점은 속도다. PCle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128기가바이트(5세대, 양방향)이지만 엔비디아의 고속 연결 기술인 NV링크 초당 1800기가바이트(5세대, 양방향)로 빠르다. 이 속도 차이가 대규모 AI 작업에서 병목 현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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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인텔 본사 [사진=블룸버그통신] |
양사의 개발 제휴 핵심은 엔비디아의 고유 기술인 'NV링크'를 이용해 x86 CPU와 엔비디아의 GPU를 통합하는 것이다. 인텔이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지만 아직 x86 서버 CPU 시장의 73%를 차지하는 강자다. 현재 엔비디아의 NV링크는 어떠한 제삼자 칩에도 제공되지 않는 기술이다.
인텔이 NV링크로 통합한 x86 CPU를 개발하면 시장 판도가 바뀐다. 고객사는 리스크가 큰 아키텍처 전환 없이 기존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성능만 개선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ARM 계열과 x86 양쪽 모두를 자사 플랫폼에 끌어들여 시장 지배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ARM에는 악재로 읽힐 가능성이 있다.
▶②편에서 계속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