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영화 '부당거래'에서 류승범 배우가 연기한 주양 검사는 소위 말하는 스폰서 검사다. 영화 '꾼'에서 유지태 배우가 연기한 박희수 검사는 정치권과 연결됐으며, 본인의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패검사다.
사회에서 '검사'란 이처럼 본인 뜻대로 사건을 조종할 수 있고 곳곳에서 '흑막' 역할을 할 수 있는, 부패하기 쉬운 직업으로 인식돼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최근 여권에서 주장하는 검찰의 '폐해'를 맹목적으로 믿게 하는 근거가 된 것도 같다.
현재 정치권에선 '검찰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이미 검찰청 폐지를 전제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표됐고 이르면 이번주 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랑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이름과 역할이 바뀌게 된다. 그러면 검찰은 수사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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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김현구 기자 |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부패검사는 물론 없어져야 한다. 다만 현실은 어떻게 될지 한 번쯤은 진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검사가 다루는 사건의 99%는 미디어에서 보이는 정치적 사건이나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건이 아니라, 강도, 폭행, 사기, 보이스피싱 등 누가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건이다. 우리가 영화, 드라마에서 보던 사건은 1%도 채 되지 않는 사건이다.
99%는 미디어에서 잘 다루지 않는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검사는 재벌, 정치인 앞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들이밀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일이 주가 아니라,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문서를 보며 이 사람을 어떻게 재판에 넘기고 어떤 벌을 내려야할지 고민하는 일이 주다.
물론 검찰이 없어진다고 이들에게 형벌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수사에서 빠진다고 해도 어떻게든 굴러는 갈 것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에서 허점 내지는 부패가 생겼다고 해서 나머지 99% 수사까지 못 하게 막아야 한다는 논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현재 경찰은 과부하가 걸려 있다. 일부 사건은 처리되는 데 월, 계절을 넘어 연 단위로 미뤄지고 있다. 이게 현실이고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현재 검찰개혁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이런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인 것도 현실이다.
검사와 경찰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검사는 재판을 위해 훈련된 집단이다. 수사 자체를 재판을 위해서 한다. 반면 경찰은 수사뿐 아니라 치안도 담당하고 있다. 경찰은 시민을 보호하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뛰는 사람들이다.
물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서로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형사사법체계는 이것들이 서로를 보완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하지만 현재 검찰개혁안에 대해선 걱정이 앞선다. 정치권에선 '검찰'이란 이름을 지우는 것에만 급급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넉넉잡아 1% 사건에 잘못이 있다고 해서 나머지 99% 사건까지 피해를 만들어선 안 된다. 묻지마 폭행·살인, 디지털성범죄, 보이스피싱 등 범죄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때 검사가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나를 위해 좋은 것인지, 좋지 않은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