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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선출권력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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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전제조건

민주주의는 종종 "국민이 뽑은 권력이 곧 국민의 뜻"이라는 단순한 수식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역사를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단순화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리이지만, 그것만으로 민주주의가 작동하지는 않는다. 민주주의의 토대는 권력을 제한하고 서로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에 있다. 선출된 권력이라 할지라도 절제 없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고 본질은 무너진다.

이 점에서 미국의 헌법학자 에르윈 체머린스키는 『No Democracy Lasts Forever』에서 헌법 자체가 민주주의를 막을 수 있다고 비판했고, 정치철학자 아담 러벳은 『Democratic Failures and the Ethics of Democracy』에서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실패할 경우 윤리적 정당성 자체가 붕괴한다고 경고했다. 선거 절차는 남아 있더라도, 시민이 권력에 대한 신뢰를 잃고 민주주의를 도덕적으로 더 이상 옹호하지 않게 된다면, 제도는 형식만 남고 민주주의는 사실상 끝난다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 위기는 바로 이런 윤리적 기반의 침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뉴스핌DB]

무너지는 민주주의

오늘날 민주주의가 붕괴하는 방식은 20세기 초의 군부 쿠데타와는 다르다. 지금은 선거로 권력을 획득한 집권세력이 민주주의의 절차와 제도를 점진적으로 잠식해 가는 경우가 훨씬 흔하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V-Dem 연구소 소장 스테판 린드버그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한국은 선거민주주의의 강점을 가진 나라였지만, 이제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들이 후퇴할 조짐을 보인다"고 경고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단순히 선거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며, 제도적 견제와 권력의 책임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쉽게 축소된다고 지적했다.

린드버그가 말한 위험은 추상적인 경고가 아니다. V-Dem 연구소가 지난 수년간 축적해 온 방대한 데이터는 민주주의가 쿠데타 같은 극단적 충격이 아니라, 합법적 절차를 내세운 권력의 침식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거짓 정보의 유통, 권력자 레토릭의 과도한 정당화, 그리고 사법부와 언론의 위축 가능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와 비슷한 경고는 미국에서도 나온다. 헌법학자 에르윈 체머린스키는 저서 『No Democracy Lasts Forever』에서, 미국 헌법 자체가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헌법적 구조가 민주적 개혁을 가로막고, 권력을 제한하기보다 오히려 권력 독점을 정당화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적은 헌법과 제도가 민주주의를 지켜주는 방패가 아니라 때로는 그 쇠퇴를 가속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도 헌법과 제도라는 울타리만 믿는다면, 그것이 민주주의를 보장해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경고는 이미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에서 반복된 현실이다. 베네수엘라는 선거에서 정당성을 확보한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하고 야당을 배제하면서 민주주의의 내용이 사라졌다. 브라질의 보우소나로 역시 민주주의 제도를 끊임없이 시험하며 사회적 균열을 심화시켰다. 모두가 "국민이 선택했으니 정당하다"는 명분으로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했다. 한국 역시 지금 이와 다르지 않은 궤적에 놓여 있다.

왜 무너지는가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이유는 다수의 힘이 절대화될 때다. 다수결은 효율적일 수 있으나 정의를 보장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특정한 소수가 당내 권력을 장악해 국민의 뜻인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민주주의는 결국 소수의 독재가 다수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체제로 변질될 수 있다.
여기에 단기적 인기와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 결합하면 민주주의는 더욱 취약해진다. 현금성 지원과 선심성 정책은 당장의 만족을 줄 수 있지만, 제도적 신뢰와 장기적 안정성을 갉아먹는다. 민주주의가 포퓰리즘에 잠식되면 시민은 견제의 주체가 아니라, 단기적 이익을 소비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권력은 담론 장악을 통해 민주주의를 더 깊이 흔든다. 메슨 피리가 『How to Win Every Argument』에서 지적했듯, 정치 언어에는 흑백논리와 권위에 호소하는 궤변이 자주 사용된다. 예컨대 여당 정치인이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은 곧 구시대의 적폐 세력"이라고 말할 때, 이는 복잡한 논점을 단순한 선·악 구도로 몰아가는 전형적 '흑백논리(fallacy of false dichotomy)'다.
또 어떤 정치인이 "국민이 우리에게 압도적 지지를 주었으니, 지금 추진하는 모든 정책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다수결 자체를 절대적 정당성으로 포장하는 '권위에 호소하기(argumentum ad populum)'의 사례다. 실제로는 권력의 제도적 견제 여부가 민주주의의 핵심인데, 이런 논법은 제도의 필요성을 지워버린다.
쇼펜하우어가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에서 지적한 기법들은 한국 정치의 언어에서도 그대로 발견된다. 가령 야당이 경제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했을 때, 여당 인사가 "당신들은 국민 고통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집단"이라고 되받아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비판의 내용을 다루지 않고 상대를 공격하는 '인신공격(ad hominem) 전술'이다.
또 다른 예로, 정책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과거에도 당신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않느냐"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현재 논점을 회피하고 과거를 끌어들여 논지를 흐리는 '논점 일탈(red herring)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개혁을 반대하는 것은 곧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식의 반복적 구호는, 논리적 증거 없이 동일한 주장을 계속해서 주입하는 '반복논법(argument by repetition)'에 해당한다. 쇼펜하우어는 이런 방식이 대중 토론에서 자주 쓰이지만, 진리를 밝히는 데는 무의미하다고 이미 19세기에 경고했다.
이렇듯 한국 정치의 언어는 논리적 설득보다는 승리를 목적으로 한 수사학적 장치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궤변이 누적될 때 민주주의적 토론의 공간은 좁아지고, 결국 권력의 논리만이 남게 된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이름이 있다. 바로 한나 아렌트다. 아렌트는 나치 독일에서 박해받고 망명한 유대인이었으며, 전체주의의 참상을 몸소 체험했다. 그녀의 『전체주의의 기원』은 단순한 학문적 분석이 아니라, 개인적 체험에서 비롯된 경고였다. 아렌트가 본 전체주의의 본질은 무자비한 폭력만이 아니라, 개인이 고립되고 공적 삶의 공간을 빼앗기는 데 있었다. 전체주의는 법과 제도의 외양을 지니면서도, 실제로는 모든 목소리를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일원화하는 체제다. 그녀의 경고는 지금 우리의 상황을 향한 직접적 메시지처럼 읽힌다.

팅스텐의 민주주의와 국민의 역할
스웨덴의 정치학자이자 오랫동안 《Dagens Nyheter》 편집장을 맡았던 허버트 팅스텐은 민주주의를 특정한 정책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와 심지어 극단적 사상까지 담아낼 수 있는 그릇으로 보았다. 민주주의의 힘은 합의와 갈등을 동시에 수용하는 능력에 있다.
이 점에서 영국의 정치철학자 아담 스위프트가 『Political Philosophy』에서 제시한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개념은 특히 중요하다. 그는 민주주의가 단순히 개인의 선호를 합산하는 절차가 아니라, 시민이 공개된 토론과 논증, 성찰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숙의민주주의는 두 가지 장점을 갖는다. 하나는 토론이 정보를 모으고 검증하는 데 탁월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 과정에서 자기중심적 의견이 공익적 판단으로 성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삶의 경험과 시각이 모여 더 나은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주의의 윤리적 이상은 제도적 기반과 시민적 참여가 동시에 작동할 때만 실현된다. 체머린스키가 말했듯, 헌법 구조가 개혁을 막으면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러벳이 지적했듯,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실패할 경우 윤리적 정당성 자체가 무너지고, 시민은 더 이상 민주주의를 지킬 이유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주의는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권력자의 강한 주장과 궤변에 눌려 침묵하는 국민이 아니라, 성찰과 대화를 통해 깨어 있는 시민이다. 린드버그가 한국에서 강조했듯, 민주주의는 선거만으로는 지켜지지 않는다. 제도의 균형, 시민의 참여, 그리고 숙의의 공간이 살아 있을 때만 민주주의는 지속된다. 팅스텐의 말처럼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그릇이다. 그리고 체머린스키의 지적처럼, 그 그릇을 무너뜨리는 것은 권력만이 아니라 때로는 헌법과 제도 그 자체일 수 있다. 한국 민주주의가 지속되려면, 바로 이 모순까지 직시해야 한다.

민주주의 실패에 대해 경고하는 주요 저작 추천
아래는 민주주의의 실패와 퇴보를 다룬 중요한 저작들이다. 칼럼 본문에서는 딱 필요한 만큼만 인용하고, 읽고 싶은 독자는 이 목록을 참고하면 좋다.

Arend Lijphart, Patterns of Democracy: Government Forms and Performance in Thirty-Six Countries (1999, 2nd ed. 2012).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라이파르트는 민주주의 제도를 비교 분석하면서, 다수제 중심의 정치체제는 소수 권리 침해의 위험이 크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합의제 모델을 채택한 국가들은 사회적 안정성과 시민 권리 보호에서 더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Francis Fukuyama, Political Order and Political Decay: From the Industrial Revolution to the Globalization of Democracy (2014). New York: Farrar, Straus and Giroux.
후쿠야마는 민주주의가 내부 부패, 제도 약화, 책임성 결여 등 내부 요인에 의해 퇴보할 수 있다고 본다. 그가 제시하는 국가 역량–법치–책임성의 균형 모델은 민주주의의 유지 조건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다.

Staffan I. Lindberg (ed.), Democracy Report 2023: Defiance in the Face of Autocratization. Gothenburg: V-Dem Institute, University of Gothenburg.
린드버그와 V-Dem 팀은 전 세계 민주주의 변동 데이터를 집대성해 '합법적 침식'의 패턴을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는 민주주의 퇴행이 더 이상 극단적 쿠데타가 아니라 제도적 절차 속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Madsen Pirie, How to Win Every Argument: The Use and Abuse of Logic (1985, rev. 2006). London: Continuum.
피리는 일상적 언어와 정치 담론 속에 숨어 있는 궤변(fallacy) 기법들을 정리한다. 흑백논리, 권위호소, 감정호소 등은 민주주의 토론을 왜곡하고 권력의 언어 우위를 강화하는 수단이 된다. 이 책은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Arthur Schopenhauer, The Art of Being Right: 38 Ways to Win an Argument (1831, Eng. trans. 1896). London: Swan Sonnenschein.
쇼펜하우어는 논쟁이 진리 추구보다 승리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사람들이 흔히 쓰는 궤변 전략을 38가지로 정리했다. 논점 일탈, 인신공격, 반복 논법 등은 정치 담론에서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다. 이 책도 논쟁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Adam Lovett, Democratic Failures and the Ethics of Democracy (2024). Philadelphia: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러벳은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실패할 때 윤리적 기반도 흔들린다고 본다.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엘리트와 시민 양쪽 수준에서 민주주의가 실패하는 양상을 분석하고, 그 결과가 민주주의의 정당성 자체를 위협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최근 발간된 책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rwin Chemerinsky, No Democracy Lasts Forever: How the Constitution Threatens the United States (2024). Liveright/Norton.
체머린스키는 미국 헌법 체제가 현재 민주주의 유지에 부적절해졌다고 진단한다. 헌법적 구조의 제약이 민주적 개혁을 가로막고, 민주주의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적 관점을 제시한다. 미국의 현실을 투영하면서 한국적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Jared Diamond, Collapse: How Societies Choose to Fail or Succeed (2005, rev. ed. 2011).
다이아몬드는 환경, 자원 고갈, 사회 구조의 대응력 부족 등이 문명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관점에서, 민주주의뿐 아니라 문명 전체의 붕괴 메커니즘을 역사적으로 살핀다. 민주주의 실패를 제도적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취약성 차원에서 성찰하게 해 준다. 비정치학 서적이지만 민주주의의 붕괴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Adam Swift, Political Philosophy: A Beginner's Guide for Students and Politicians (2001, 3rd ed. 2013). Cambridge: Polity Press.
스위프트는 정치철학의 주요 개념들을 학생과 일반 독자를 위해 명료하게 풀어쓴 입문서다. 자유, 평등, 정의, 민주주의 같은 추상적 주제를 현실 정치와 연결해 설명하며, 민주주의를 다루는 부분에서 특히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개념을 강조한다. 그는 민주주의를 단순히 개인의 선호를 합산하는 절차가 아니라, 시민들이 공개 토론과 논증, 성찰을 통해 자기 의견을 변화시켜 가는 과정으로 보았다. 이러한 숙의과정은 정보 수집과 검증의 기능을 하고, 이기적 관점을 공익적 판단으로 성숙시키며, 다양한 삶의 경험과 시각이 더 나은 결정을 가능케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질적 쇠퇴를 우려하는 독자에게 숙의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된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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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대학 해킹 지속…보호법은 '국회 계류 중'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금융권과 대학 등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국회의 입법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가 기업의 정보보안 책임을 강화하고 침해사고 은폐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지만 상당수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야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와 증거 보전 등에서 유사한 법안을 내놓고 있어 향후 법안 심사 과정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금융사 CEO 보안책임·침해사고 증거보전 강화 추진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해킹 등 침해사고가 확인된 금융회사는 모두 16곳으로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약 10만건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을 긴급 점검한 결과 130곳에서 보안관리 미흡 사항이 확인됐다. 대학가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연세대 포털서비스가 해킹 당해 재학생과 졸업생, 교직원 등 1만50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8월에는 서강대에서도 약 18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면서 국회에서도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상당수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유동수 의원이 지난해 11월 금융회사의 정보보안 책임을 강화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금융회사 대표이사를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 확보와 이용자 보호를 위한 관리조치의 최종 책임자로 명시하고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침해사고에 따른 전자금융거래정보와 개인신용정보 유출에는 총매출액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정보보호 공시제도를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민규 의원도 지난달 14일 개인정보 침해사고 발생 때 관련 증거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침해사고 관련 접속기록의 보전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사고 자료를 은닉하거나 폐기·위조·변조한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조사 방해행위를 신고하거나 제보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손명수 의원도 지난달 21일 해외 기업이 지정한 국내 대리인의 개인정보 유출 대응과 피해구제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국내 대리인에게 시정명령과 변경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증거은폐 제재·유출정보 불법유통 차단 입법 속도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재발 방지와 사후 대응을 위한 입법이 이어지고 있다. 박성훈 의원은 지난달 17일 개인정보 침해사고 발생 이후 증거를 은폐하거나 조작한 기업에 매출액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조사 개시 이전과 조사 과정에서 자료를 은닉·폐기·위조·변조하는 행위를 제재 대상으로 규정하고 관련 위반행위를 신고하거나 제보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강명구 의원도 지난 7월 유출된 개인정보의 불법 거래를 처벌하고 다크웹 등에서 유통되는 개인정보의 탐지·삭제·차단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침해사고 관련 자료의 보전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개인정보 보호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형수 의원도 지난달 7일 퇴직자나 부서 이동 직원의 개인정보 접근 권한을 변경·말소하도록 하는 의무를 법률에 명시하고 관련 기록을 3년간 보관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주요 법안 6건 모두 정무위 계류…향후 입법 성과 주목 여야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안을 잇따라 내놨지만 실제 국회 심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발의한 개인정보 보호 관련 주요 법안 6건은 모두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유동수 의원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만 지난해 12월 1일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뒤 올해 3월 31일 상정됐으며 이후 의결로 이어지지 못했다. 나머지 5건은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아직 상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은 일부 시행되고 있다. 지난 9월 11일부터 시행된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에는 반복적이거나 중대한 개인정보 침해행위에 대해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 대표자의 개인정보 보호 최종책임을 명문화하고 개인정보 보호책임자(CPO)의 권한도 강화했다. 다만 이미 시행된 개인정보 보호법과 별개로 금융권에 특화된 보안관리 체계와 침해사고 조사 과정의 증거 확보, 유출정보의 불법유통 방지를 포함한 추가 입법 과제는 여전히 국회에 남아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금융권을 넘어 대학 등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여야가 유사 법안을 중심으로 협의에 나서고 실질적인 입법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가 핵심 관건이다. oneway@newspim.com 2026-10-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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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전쟁 충격 같은데…韓 증시, 왜 더 흔들렸나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빠르게 상승했던 만큼 하락폭도 빨랐던 코스피, 미국의 고금리와 중동 긴장에 따른 유가 불안, 환율 변화가 국내 기업의 수익성과 투자 여건에 부담을 줬다. 여기에 수출주 비중이 높은 시장 구조와 약해진 매수 기반이 맞물리면서 대외 충격이 코스피의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는 18.83% 하락했다. 코스피는 지난 9월 30일 6838.04에서 10월 23일 5550.30으로 내려왔다. 이달 2일 7003.74까지 올랐던 지수는 15일 5554.22로 하락했으며, 이후에도 5000대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특히 반도체 등 수출 대형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는 글로벌 AI 투자와 금융환경 변화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원화 강세에도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면서 환율뿐 아니라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과 국내 매수 기반의 약화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AI 일러스트= 이나영 기자] ◆ 유가·고금리 부담, AI 고객사의 투자 여력 압박 중동 긴장에 따른 고유가는 기업의 비용 부담과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통해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생산·운송비를 높이는 가운데 물가 불안이 지속되면 국내 기업과 해외 고객사의 투자 여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1.79달러,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물 브렌트유는 108.79달러에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전 거래일보다 하락했지만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9월 수입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7.6% 올라 8월(15.9%)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원유와 원재료를 수입하는 기업이 비용 증가분을 판매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미국의 물가 상승은 높은 금리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경계를 통해 국내 증시에도 부담을 주는 변수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전월 대비 0.6% 상승해 8월(각각 3.4%, 0.4%)보다 상승률이 높아졌다. 휘발유 가격 상승이 전체 월간 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6.3% 올랐다. 국내 반도체주에는 높은 금리가 AI 고객사의 투자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데이터센터 투자기업의 차입 비용이 늘어나면 설비투자와 반도체 구매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 수요가 늘더라도 고객사의 투자자금 확보 여부에 따라 국내 기업의 수주와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인프라가 부채 기반 투자로 이동하는 가운데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며 "조달금리가 실제로 계속 높아지면 AI 사업 수익성에 대해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 뉴스핌DB] AI 인프라 기업의 자금조달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코어위브의 신용위험도 부각됐다. 금융정보업체 S&P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코어위브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15일(현지시간) 1100bp(1bp=0.01%포인트)를 넘어섰다.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한 보장 비용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코어위브 등 AI 인프라 기업의 재무 부담은 국내 증시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미래 이익을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실적이 양호하더라도 고객사의 투자 지연이 향후 주문과 제품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 원화 강세에도 주가 약세…메모리 중심 구조에 충격 집중 한국 증시의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두고는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된 산업 구조가 대외 충격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투자에 대한 경계가 고객사의 구매 물량과 메모리 가격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면서 국내 대표 기업의 이익 지속성에 대한 평가도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9월 말 MSCI 한국지수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비중은 62.9%였다. 글로벌 투자자가 메모리 기업의 비중을 줄이면 한국시장 전체에 대한 투자 비중 조정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분석이다. 원화 강세에도 외국인 주식 매도가 이어진 점은 최근 국내 증시 약세를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손 우려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환율이 하락해도 반도체 이익 전망에 대한 경계가 남아 있으면 외국인 매수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기준, 전 거래일보다 2.2원 내린 1328.1원을 기록하며 4거래일 연속 연저점을 경신했다. 2024년 10월 2일(1319.3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달러 공급 기대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원화 강세는 환헤지를 하지 않은 외국인의 달러 환산 수익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수출기업에는 원화 환산 매출과 이익 감소 부담이 될 수 있어 환율 안정이 주가 상승으로 곧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스핌] 김예원 기자 = 코스피가 전장 종가보다 1001.89포인트(17.91%) 상승한 6595.45로 거래가 마감된 가운데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 딜링룸에 SK하이닉스와 삼정전자, 달러/원 환율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6.07.31 yeawon2@newspim.com 중국 메모리 기업의 기술 추격 우려도 국내 반도체 기업의 향후 수익성을 둘러싼 변수로 꼽힌다. AI 고객사의 투자 여력과 함께 중국 업체의 공급 확대가 메모리 가격과 국내 기업의 가격 협상력에 미칠 영향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AI·반도체 투자심리 변화에 민감한 데다, 외국인 매도세를 받아낼 국내 매수 여력도 약해지면서 다른 주요국보다 낙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금리·환율 안정만으로 회복 한계…이익 지속성 확인 필요 다만 금리와 환율이 일부 안정됐던 10월 중순에도 국내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높은 자금조달 비용이 유지되면서 대외 변수의 단기 개선만으로는 AI 투자와 반도체 이익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기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109%로 일주일 전보다 약 10bp 낮아졌지만 여전히 5%대를 유지했다. 10월 13~20일 원·달러 환율도 하락했으나 코스피는 종가 기준 8.0% 내렸다. 시장에서는 금리·환율의 단기 움직임보다 고객사의 투자와 국내 기업의 이익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실적 전망이 양호해도 높은 조달비용이 향후 투자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부담을 줬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23일부터 10월 19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률은 각각 23.6%, 31.4%였다. 같은 기간 두 기업의 향후 12개월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각각 1.8%, 3.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종형 센터장은 "주가는 현재 실적뿐 아니라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와 이를 실현할 가능성까지 선반영한다는 점에서 실적과 주가가 단기적으로 괴리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회복을 위해서는 물가·금리 부담 완화와 함께 AI 투자가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 센터장은 "미국 금리와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반도체 업황과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nylee54@newspim.com 2026-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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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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