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기사 전체 2% 중 20~30대는 10명 불과
이젠 "젊은 여성 기사님 멋져요" 인사 받기도
버스업계 여성 진입 장벽 낮추는 긍정적 변화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내버스 업계에 MZ세대 여성 운행사원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공항버스에서 근무 중인 33세 윤수정 운행사원은 사무직 경력을 접고 운전석에 앉은 지 7개월 만에 "적성에 잘 맞고 직업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남성 중심의 직종에서 젊은 여성으로서 도전·성취를 동시에 보여주며 업계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윤수정 운행사원은 일반 회사에서 4년간 사무직으로 근무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이 깊었다. 부모님 모두 버스 운행사원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며 이 직업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는 "부모님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흥미가 생겼고, 혼자서 맡은 일을 충실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성에 맞을 것 같았다"며 운행사원에 도전한 배경을 전했다.
윤수정씨는 지난 3월 공항버스에 지원해 면접을 통과했다. 입사한 지 7개월 된 그는 이전 2년간의 경기 부천시에서의 버스 운전 경험을 살려 안정적으로 적응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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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정 운행사원 [사진=버스조합] |
그가 시내버스 운전석에 있는 모습을 본 승객들은 놀라움과 호기심을 보였다. 젊은 여성 운행사원이 서울에 10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호기심은 응원과 격려로 바뀌었으며, 최근에는 승객들이 과자와 음료수를 건네주며 "젊은 여성 기사님이 멋지다"고 인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윤수정씨는 이 직업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집중하고 승객을 배려하는 일에는 남녀 구분이 필요 없다"고 밝혔다. 또 "'여성 운행사원이라고 무시하지 않냐'는 질문도 받지만, 오히려 운전 중에는 승객과 주변 차량 운전자들에게 더 배려받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윤씨의 부모님은 모두 서울시내버스에서 운행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어머니는 같은 회사에서 10년 넘게 운전 중이며, 아버지는 다른 서울시내버스 업체에서 30년 이상 근무 중이다. 윤씨는 가족 모두가 버스 운행사원으로 일하면서 큰 힘을 얻고 있으며, 부모님에게서 겨울철 얼음길 제어 요령, 어르신 승객 배려법 등을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회사 동료들도 윤씨를 막내 여성 운행사원으로 각별히 챙겨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여성 운행사원이 많은 편인데, 선배 기사님들이 딸처럼 챙겨준다"고 따뜻한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윤 운행사원은 직업 만족도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또래와 비교하면 연봉 수준이 높고, 정년이 보장돼 안정적이다"며 "교대 근무에 적응하는 데 약간의 어려움도 있지만 사무직보다 적성에 더 잘 맞는다"고 말했다.
2025년 7월 기준으로 서울시내버스 여성 기사는 369명이며, 이는 전체 1만7842명의 약 2%에 해당한다. 특히 20~30대 여성 기사는 단 10명에 불과해 전체 여성 기사 중 2.7%에 그친다. 윤 기사의 도전은 젊은 세대와 여성의 버스 업계 진입 장벽을 낮추는 긍정적 계기로 평가된다.
그는 버스 운행사원직을 준비하는 청년 세대에게 "대형차 운전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큰 차가 오히려 운전하기 편하다"며 "자신에게 맞는 직업이라면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kh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