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연산 능력 한계의 와해
인간과 격차, 우주 나이 36억배
'30년 40억달러서 '35년 2조달러
6가지 방식의 경쟁, 승자 미정
이 기사는 10월 14일 오후 4시37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약 100만년 전 인류가 처음으로 불을 '통제'한 순간 이후 인류사의 문명을 근본적으로 바꾼 발명은 무엇이었을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그 답을 '양자컴퓨팅'이라고 규정했다.
◆"문명사의 대전환"
불의 통제가 추위와 어둠 등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며 인간의 생존 범위를 근본적으로 넓혔듯, 양자컴퓨팅이 현대 인류 계산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해결 범위를 대폭 확장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 |
고전컴퓨터의 비트와 양자컴퓨터의 큐비트가 정보를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 [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 |
양자컴퓨팅은 전통 컴퓨팅으로는 수백만년이 걸리거나 아예 불가능했던 연산을 현실화한다. 불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불가능 경계를 허무는 문명사적 대전환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인류 능력의 경계를 다시 허물어낼 전환은 언제, 어떤 경로로 실현이 될까. 그리고 규모는 얼마나 압도적일까. 또 어떤 비즈니스 구조가 형성될까. BofA가 그려내는 지도는 이렇다.
*관련 내용은 BofA의 여러 보고서와 발언을 종합한 것이다. BofA의 애널리스트팀이 발간한 9월 하순의 50페이지 분량 보고서, 7월 BofA 사내 연구조직이 내놓은 보고서, 8월 BofA의 하임 이스라엘 테마 전략가의 언론 인터뷰 등이다.
◆99% 잠재력의 해방
먼저 이 전환이 언제 어떻게 올지 논하기 전에 양자컴퓨팅의 연산 능력의 격차가 얼마나 비약적인지 알아야 한다. 양자컴퓨팅 단순한 성능 개선이 아니라 어느 정도 차원의 도약인지 이해해야 나머지 논의가 의미를 갖는다.
BofA에 따르면 인간과 양자컴퓨팅의 연산 격차는 5000경년이다. 인간이 매초 한 번씩 계산(단순 덧셈)해 양자컴퓨터 1초분의 작업량과 같아지려면 5000경년이 걸린다. 우주 나이(약 138억년)의 약 36억배에 해당하는 격차다.
![]() |
지난 수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주요 양자컴퓨팅 기업들의 큐비트 수(작년 3월 기준) [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 |
현존하는 슈퍼컴퓨터와의 연산 격차도 상당하다. 구글(모회사 알파벳, 종목코드: GOOGL)이 2024년 12월 발표한 양자 칩 윌로가 5분 만에 해결한 문제(인간 비교와 같은 단순 계산이 아님)를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가 하려면 10자(秭)년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주 나이의 725조배다.
실질적인 체감은 데이터 활용 잠재력에서 나온다. BofA에 따르면 인류는 매일 4해(垓)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성하지만 사용 가능한 양은 전통 컴퓨팅의 한계로 인해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동시에 계산하는 양자컴퓨팅은 나머지 99%의 잠재력을 실현시킬 수 있다.
◆40억달러와 2조달러
이런 압도적인 연산 격차는 시장에서 어떤 가치로 평가될까. BofA의 시장 전망은 측정 범주와 시기에 따라 2개의 층위로 구분된다. 하나는 양자컴퓨팅 자체의 협의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전산업 응용을 포함한 광의 시장이다.
먼저 협의의 전망이다. BofA는 양자컴퓨팅 하드웨어와 관련 기초기술 시장이 2024년 3억달러에서 2030년 40억달러로 성장한다고 봤다. 초기 채택 단계에서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통해 제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형성되는 직접 시장이다. 기술 자체의 상품화에서 발생되는 매출을 의미한다.
![]() |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이 결합한 양자 AI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업 분야 [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 |
광의의 응용 시장은 다른 차원의 규모를 상정한다. BofA는 2035년 응용 시장 규모를 2조달러로 제시하면서 "실제 숫자는 세계 GDP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암호화·신약·물류 등 전반에서 나타날 '혁신'을 전제로 한 전망이다. 특정 산업의 도구가 아니라 경제 전체를 바꾸는 기반 기술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본 시각이다.
◆6가지 기술
그렇다면 누가 이 시장을 차지하게 될까.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양자컴퓨팅은 단일 기술이 아닌 형태로 여러 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형태다.
BofA에 따르면 현재 6가지 서로 다른 기술 방식이 경쟁 중이다. ①초전도(superconducting) ②트랩 이온(trapped-ion) ③광자(photonic) ④중성원자(neutral-atom) ⑤위상학적(topological) ⑥스핀(spin) 방식이다. 각 방식은 고유한 물리적 원리에 기반하고 상이한 장단점을 갖는다.
장단점은 비교적 명확하다. 초전도는 빠른 게이트 작동과 칩 제조 확장성이 장점이지만 절대영도(이론상 도달 가능한 최저 온도) 근처의 극저온이 필요하다. 트랩이온은 최고의 결맞음 시간(큐비트가 양자 중첩 상태를 오류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지만 작동 속도가 느리다.
*큐비트는 0과 1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의 정보 저장 단위. 일반 컴퓨터에서 비트는 0 하나 또는 1 하나를 저장. 양자 중첩 상태는 큐비트가 0과 1을 동시에 가진 상태.
또 광자는 극저온 냉각 없이 상온에서도 상호 작동(다른 시스템과 연결돼 함께 사용할 수 있음; 광섬유 케이블을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거나 기존 광통신 인프라와 호환)이 가능하지만 광자 간 상호작용(두 입자가 물리적으로 서로 영향을 줌) 구현이 어렵다.
기업별 선택도 갈린다. IBM(종목코드 동일), 구글, 리게티컴퓨팅(RGTI) 초전도를 추구한다. 아이온큐(IQNQ)는 트랩 이온을 주도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위상학적 방식에 베팅한다. BofA는 "각 방식은 계산 방법론의 과학적 특성 차이로 인해 고유한 장단점을 가진다"며 "기업별로 기술 성숙도와 고객들의 활용도 다르다"고 했다.
▶②편에서 계속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