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정권교체 포함 다양한 준군사 작전 가능성"
바다 이어 베네수엘라 내 카르텔 지상 타격 시사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약 밀매 근절을 위해 중앙정보국(CIA)에 베네수엘라를 대상으로 한 비밀 작전(covert action)을 승인했다. 이번 조치로 CIA가 베네수엘라에서 본격적으로 공작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됨으로써 '눈엣가시'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작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대통령 결정(presidential finding)'으로 알려진 CIA의 베네수엘라 비밀 작전 승인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두 가지 이유로 승인했다"며 "베네수엘라(지도자)가 감옥을 비우고 죄수들을 미국으로 보냈으며, 베네수엘라에서 마약이 대량으로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CIA가 마두로 대통령을 제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일축하면서도 "베네수엘라가 압박을 느끼고 있다(feeliong the heat)"고 답했다. 마두로 축출 시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이번 비밀 작전 승인으로 CIA가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대통령과 마약 밀매 세력을 대상으로 직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정권 교체나 정치·경제·군사적 변화 등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공작 활동이 베네수엘라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부 관계자는 준군사 작전 및 치명적 활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CIA는 과거 과테말라·칠레·니카라과 등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정권 교체를 지원하는 비밀 작전을 펼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CIA 비밀 작전 승인은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서 구축함과 스텔스 전투기, 드론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력 증강을 진행중인 가운데 이뤄졌다. 최근들어 베네수엘라 인근 공해상에서 마약 밀매 의심 선박에 대한 공습만 5차례 이뤄졌고 사망자만 27명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다를 거의 완전히 통제한 만큼 이제는 육지(통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 영토 내 마약 밀매 세력을 겨냥한 지상 타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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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25년 10월 12일 카라카스에서 열린 '원주민 저항의 날'을 기념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행정부는 중남미 마약 카르텔을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뒤 미국이 카르텔과 군사적 충돌 상태라는 점을 들어 미군이 치명적 무력을 사용할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과 대통령의 무력 사용에 관한 의회의 감독 권한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WSJ은 마두로 대통령이 15일 밤 늦게 방영된 TV 연설에서 미국에 압박 작전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이는 베네수엘라의 천연자원을 약탈하려는 제국주의적 시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고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카리브해와 남미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CIA의 쿠데타는 이제 그만이다. 라틴아메리카는 그런 개입을 원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으며 단호히 거부한다"고 항변했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