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김정관 장관 22일 방미
관세협상 이견 좁혀…APEC 타결 가능성
한미 모두 성과 필요…큰틀에서 합의 추진
이익배분 등 쟁점 이견…투자리스크 남아
[세종=뉴스핌] 최영수 선임기자 =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22일 협상팀이 긴급 방미에 나서면서 타결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달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양국이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막판까지 쟁점을 조율하고 있다.
다만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투자방식과 이익배분 구조, 통화스와프 체결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일단 큰 틀에서만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성과' 필요한 한미 정상, APEC 계기로 큰틀 합의 가능성
22일 산업통상부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오전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긴급 방미길에 나섰다.
지난주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협상을 마치고 귀국한 지 며칠 만에 다시 방미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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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뉴스핌] 최지환 기자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오전 한미 관세 협상 추가 논의 차 미국 워싱턴DC 출국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22 choipix16@newspim.com |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정부 안팎에서는 낙관론과 함께 우려의 시각이 공존한다. 우선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추가 협상에 나선다는 것은 타결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관세협상이 장기화되면서 경제계와 국민 모두 피로감에 지쳐 '희망고문'으로 와 닿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미 양국 정상의 입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만큼 큰 틀에서 합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20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면서 "미국 측에서 우리 측의 의견들을 상당부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서 여전히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2일 방미를 위한 출국길에서 "(한미 간)의견이 많이 좁혀졌으나 한두 가지 팽팽하게 대립하는 게 있다"고 밝혔다.
통상전문가들도 구체적인 사안을 아니더라도 일단 큰 틀에서 합의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선 큰 틀에서 합의하고 세부적인 쟁점들은 추가로 논의하는 방식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그렇지 않으면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우리 금융시장에도 상당히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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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 세번째)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 네번째)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오른쪽)과 한미 관세협상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2025.10.19 dream@newspim.com |
◆ '악마는 디테일에'…투자방식·이익배분 리스크 여전
하지만 거액을 투자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투자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보증·대출 중심의 투자방식 ▲수익배분 방식 ▲통화스와프 체결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평행선이다(아래 표 참고).
우선 통화스와프 체결의 경우 한미 재정당국이 공감대를 이뤘다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변화가 없고, 체결 주체인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익배분 방식은 가장 큰 리스크다. 한국 정부는 '수익의 90%를 재투자하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투자금 회수시까지 수익 50% 배당, 회수 이후 90% 배당'이라는 원칙에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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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투자방식에 대해서는 한국 측이 요구하는 보증·대출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3500억달러 선불(Up front)'은 프로젝트별로 (투자규모가 정해지면)현금을 보내는 일종의 캐피털 콜 방식"이라면서 "다만, 45일 이내에 기업 투자가 결정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연·기금을 통해 투자해야 하는 부담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품목관세 리스크도 여전…자동차 관세 12.5% 사수해야
이번 협상에서 큰 틀에서 합의를 하더라도 품목관세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자동차 관세의 경우, 당초 한국의 대미 관세가 0%, 일본이 2.5%였던 것을 감안하면 일본(15%)보다 2.5% 낮은 12.5% 이하로 낮춰야 한다. '15% 이하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의 입장이어서 더 이상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그래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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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동차 외에도 반도체와 바이오 등 줄줄이 품목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이어서 수출기업들에게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자동차 관세는 기존 관세를 감안할 때 12.5% 이하로 낮춰야 한다"면서 "정부가 (관세협상의)판이 깨질까봐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호관세에 대한 (미국)대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대법원에서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불법'이라고 판결하면 232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국익을 해치는 불합리한 요구나 쟁점에 대해서는 섣불리 합의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 교수는 "우리에게도 마스가(MASGA)라는 카드가 있기 때문에 우리 요구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판을 깨겠다는 각오로 협상을 해야 한다"면서 "협상 초반에 여러 번 기회가 있었는데 그것을 못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는 어려울 것이고, 통상과 안보까지 패키지로 딜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우리 측 요구를 모두 관철하기 힘든 상황에서 정부가 어느 수준에서 큰 틀의 합의안을 도출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