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으로 분양대금 확보 난항...공사비 지급·대출 상환 차질
2026년 재분양 예정·준공 일정은 미정...흥행 가능성 '미지수'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 아파트 시공을 맡아온 경상북도 '경산 아이파크 2차' 사업에서 시행까지 직접 떠안기로 했다. 앞선 분양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해 시행사 제이피개발이 분양대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다. 공사비와 대여금 회수가 불투명해지자 자체사업 전환을 통해 사업 정상화에 나선 셈이다.
다만 사업지 입지와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분양 흥행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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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피개발 분양수익 현황 |
10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경산 아이파크 2차' 사업을 자체사업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난달 시행사 제이피개발로부터 사업 부지와 사업권을 인수하면서다. 해당 사업은 경북 경산시 압량읍 200번지 일원에 지하 2층~지상 33층, 총 745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프로젝트다.
애초 경산 아이파크 2차는 제이피개발이 시행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는 구조였다. 양측은 2021년 7월 1709억원 규모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약 4년 만에 HDC현대산업개발이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사업 시행까지 직접 나서기로 방향을 틀었다.
분양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제이피개발은 자금난에 빠졌다. 이 단지는 지난 2022년 10월 분양을 실시했으나 올해까지 745가구 중 24가구만 계약됐다. 결국 지난 4월 기존 계약을 전부 해지하고 분양을 잠정 중단했다.
제이피개발의 분양수익은 2022년 5억원에서 2023년 10억원, 2024년 -16억원으로 악화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022년 -118억원 ▲2023년 -5억원 ▲2024년 -145억원으로 현금 유출이 지속됐다. 지난해 총부채가 총자산을 264억원 초과하는 등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분양 당시부터 공사를 진행했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입장이 난감해졌다.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공사비 지급이 막힌 것이다. 실제 2023년 이 사업장에서 공사는 했지만 발주처에 청구하지 않은 공사비인 미청구공사 146억원이 발생했다. 이후 공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지난해 공정률 30%를 기록했지만 그동안 HDC현대산업개발은 공사비를 한번도 정산받지 못했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우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제이피개발에 자금을 지원했다. 2022년 제이피개발에 1100억원을 이자율 8% 조건으로 대여했다. 2023년 이를 무이자 조건으로 전환한 후 총 1125억원을 제이피개발에 제공했다. 제이피개발이 자체 신용으로 금융기관 대출을 끌어올 여력이 부족한 것을 확인하고 사업 자금을 빌려준 것이다.
당시 제이피개발은 2025년 말까지 과거 동대구 신협으로부터 차입한 9억원을 상환하고 2027년 말까지 HDC현대산업개발에게 빌린 1125억원을 갚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준공이 예정됐던 2027년 대여금을 상환하기로 HDC현대산업개발과 합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양 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공사를 지속해도 향후 공사비 정산과 대여금 상환이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제이피개발이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받는 등 존속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자금 회수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은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사업 정상화를 위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자체 자금을 투입하는 것 이외에는 마땅한 방법도 없다. 앞서 단지 수요가 낮다는 점이 확인됐지만 공정이 상당 부분 진척된 만큼 사업을 아예 중단하기는 쉽지 않은 여건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듬해 재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본 후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경산 아이파크 2차가 내년 분양을 재개해도 흥행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인 대구지하철 2호선 영남대역은 도보로 약 30분 거리에 있다. 고등학교와 대형마트 이용 시 차량 이동이 필요하다. 올해 인근 '경산 아이파크 1차'에서 분양가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매물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도 하다. 1차 단지는 2차보다 입지가 양호하다고 평가되며 지난해 4월 준공된 신축이다.
자체사업으로 전환된 만큼 사업에 대한 HDC현대산업개발의 리스크는 더욱 크다. 단순 시공은 공사비 회수 위험만 안게 되지만 자체사업은 실패 시 토지 매입 비용과 관련 금융 비용 부담까지 떠안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그동안 자체사업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만큼 해당 사업의 성과는 기업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시행자 대여금 미상환, 공사비 미수 등 사유로 당사가 부득이 사업권을 인수했다"며 "자체사업으로 진행함에 따라 공사도급계약 해지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blue9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