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 3.11% 후폭풍 거셌다…교육부 '출제 전 과정 조사' 방침에도 역부족
학계 "절대평가 폐기"…교육단체 "평가원장 사죄하고 물러나라" 압박
수능 출제오류부터 대통령 지시 거부까지…평가원장 과반 임기 못 채워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 난이도 조절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이로써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한 평가원장은 역대 13대 원장 중 과반을 넘는 8명이 됐다.
평가원은 10일 "오 원장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와 관련해 영어 영역의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리고 입시에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금일 평가원장직을 사임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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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
◆ 교육부 '출제 전 과정 조사' 방침에도 논란 못 잠재워
2026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은 3.11%로,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 2018학년도 이래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상대평가 1등급 비율(4%)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교육부는 지난 5일 이번 논란을 계기로 수능 출제 전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가원 역시 같은 날 "절대평가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사리 잠재워지지 않았다. 학계를 중심으로 절대평가 폐지 촉구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영어영문학회 등 36개 학회가 모인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영단협)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수능 절대평가는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제도로, 그 구조적 오류가 한계에 다다르며 현장에서 폭발하고 있다"며 "영어 절대평가로 남은 것은 불안정한 등급, 무너지는 공교육, 급팽창한 사교육 그리고 혼란한 수험생뿐이다. 영어만 절대평가하는 입시 체제를 즉각 개혁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전날(9일)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교사노동조합연맹·참교육학부모회 등 103개 교육단체에서 오 원장의 사죄와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같은 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수능 영어 난이도 실패 과정과 오 원장의 거취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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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평가 도입 이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1등급 비율. [사진=김아랑 미술기자] |
◆ 수능 출제오류·대통령 지시 거부 때문에…평가원장 절반이 사퇴
대학입시에서 수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수능 출제를 담당하는 평가원의 수장 자리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초대 박도순 평가원장 이후 연임 1회를 포함해 13대까지 총 12명의 평가원장이 있었지만 임기를 모두 채운 건 1대, 4대 정강정 전 원장, 7대 성태제 전 원장, 10대 성기선 전 원장 등 4명뿐이다.
수능 출제 오류로 평가원장직에서 물러난 첫 사례는 수능 역사상 첫 출제오류가 인정된 2004학년도 수능 때의 제3대 이종승 전 원장이다. 이 전 원장은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에서 복수정답 파문이 일어 임기 1년 3개월 만에 사퇴했다.
4년 뒤인 2008학년도 수능에서는 물리 II 11번 문항이 출제 오류로 정강정 당시 평가원장이 낙마했다. 정 전 원장의 경우 제4대 평가원장에 이어 제5대 원장으로 재임해 '단명 관례'를 깼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수능성적 통보 후 복수정답을 인정한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제6대 김성열 원장 시절인 2010학년도 지구과학 I 19번 문항에서도 출제 오류 문제가 다시 발생했으나 성적 통보 전 이의신청 심사기간에 바로 잡혀 사퇴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 전 원장도 임기를 3개월 남긴 시점에 사퇴했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생명과학 II와 영어 두 과목 문항에서 복수정답이 발생하며 제8대 김성훈 평가원장이 자진 사퇴했다. 2017학년도 수능에서도 한국사, 물리 II에서 오류가 발생했는데, 제9대 김영수 평가원장은 즉각 사퇴하지 않았지만 출제 오류 발생 7개월 뒤 임기 9개월을 남겨놓고 사퇴했다.
생명과학 II는 2022학년도 수능에서도 제11대 강태중 평가원장이 자리를 내놓게 했다. 생명과학 II 20번 문항이 법정다툼 끝에 전원 정답 처리된 영향이다.
오 원장의 전임자인 제12대 이규민 평가원장은 2023년 6월 모의평가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면서 물러났다.
jane94@newspim.com














